덥다. 연일 대낮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린다. 극심한 가뭄 속에 한해(旱害)가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곳에 따라 소나기가 내리곤 하지만, 작렬하는 더위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시원한 가을 바람이 기다려지는 요즘이다.
오늘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立秋)다. 역(曆)에 따르면 벌써 가을이다. 옛사람들은 입추 15일간을 5일씩 나눠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며, 쓰르라미가 운다고 했다.
▶하지(夏至)가 지난 후에 세 번째 경일(庚日)이 초복이고,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고, 오늘 입추가 지난 다음의 첫 경일이 말복이다. 동양의 옛 사상에서 경(庚)은 금(金)을 뜻한다. 금은 불을 두려워한다고 했으니, 금이 숨어 갈무리된 것이 바로 복(伏)이다.
그러나 숨어 지내던 금은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다시 기지개를 켠다. 오행(五行)의 사상에서 금은 가을의 기운이라 했으니, 이때부터 가을의 기운은 금빛 바람처럼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금은 무더위가 물러갈 줄 모르고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머지 않아 더위를 씻을 가을바람은 불어 올 것이다. 지금이 무덥다고 어디 초조할 일인가. 가을은 이미 예고돼 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는 것은 우주의 운행과 일치된 자연의 섭리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이 무덥다고 하여 모두가 계절의 순환을 잊고 있다. 그것은 분명 어리석은 일이다.
사람도 분명 자연의 일부분일진대, 생각이나 행동이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것은 정해진 순리다. 그러나 그것을 어기려는 억지를 우리는 여기저기서 확인한다. 자연의 순리를 어기려는 오만과 욕망이 판을 친다. 먼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지금 우리 주위에 남아 있는 욕망의 찌꺼기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분수를 모르는 행위다. 분수는 사물을 분별하는 지혜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이 순리며, 사람다운 도리다.
앞으로 산들바람은 섭리처럼 불어 올 것이다. 금빛 바람이 무더위를 쫓듯, 순리를 어기는 인간의 오만과 욕망도 자연의 섭리 앞에는 못을 추지 못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