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입학, 그 새로운 장정(長征)의 초입(初入)에서
[세평시평] 입학, 그 새로운 장정(長征)의 초입(初入)에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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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벅찬 기대와 함께 파들거리는 불안을 교복 여미어 깊숙이 감추고, 조심스레 미답(未踏)의 교정으로 들어서는 너희들을 맞으며, 선생님 역시 첫 만남의 기쁨과 함께 엄습하는 부담감을 숨길 수 없다.
비옥한 너희들의 심전(心田)에 파종할 교육과정의 알찬 씨앗들을 추스려 보는 일은 언제나 흥분으로 가슴 설레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금쪽같은 너희들의 배움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얼마나 적셔줄 수 있으며, 특히 건강한 심신을 키워나가도록 인도하는 ‘사춘기 지킴이’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더욱이 지역간·계층간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모의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학업성취도의 주요 변인으로 검증되고 있는 지금, 대부분 초동급부(樵童汲婦)의 자녀들인 너희들에게, 대학입시라는 결전장에서 승리를 안겨 주어야한다는 사명감만으로도 버거운데, 사회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유·무형의 학교폭력에서 너희들을 온전히 감싸, 즐거운 학교생활을 담보해야할 책임감까지 더해지다 보니, 이래저래 선생님의 표정이 밝을 수만은 없구나.

그렇지만 오늘 선생님은 신들메를 고쳐 매고, 너희들과의 대장정을 힘차게 시작하려 한다. 너희들이 기대하는 학력수준과 사람됨의 지평에 도달할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도울 각오를 다진다.
비록 제주의 교육환경, 특히 가정교육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고 하지만 교육의 성패를 가르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다. 태평양과 한라산만큼 깊고 높은 꿈을 가진 너희들 제주학생들이 있는데, 명색이 교사라는 사람이 어찌 패배감 떨치고 일어서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전제되어야할 것은 너희들 스스로 미래에 대한 반석같은 성취의지를 다지고, 촌음을 아끼는 가열찬 실천학습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일반계 고등학교의 새내기들인 너희들은 내신-수능-논술로 이어지는 ‘지옥의 트라이 앵글’을 뛰어넘기 위해, 오늘 이 시간부터 차분하고 치밀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대입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누구보다 나는 제주의 아들딸들인 너희들의 성공적 미래를 확신한다.
무엇보다 너희들의 체세포에는 제주선인들의 뛰어난 유전자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절망으로 뒤덮인 화산회토에 흙먼지만 자욱하던 환해고도를 오늘날 ‘동북아의 허브’로 탈바꿈시킨 삶의 지혜와 불굴의 기상이 오늘도 너희들의 혈관 속에 유전인자로 연면히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원 희룡’에서 발원하여 장강(長江)을 이루고 있는 제주학생의 수월성이 너희들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거하며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 오늘부터 3년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각자의 가슴 속에 이무기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유전(遺傳)의 지혜와 푸른 기상을 깨워, 잉크냄새 알싸한 교과서의 첫 장을 펴는 것이다. 책 속에 미래의 지평을 여는 비장의 ‘솔루션’이 있다.
무엇보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하라. 그러면 3년 후, 너희들은 면학의 혜안이 찾아낸 저마다의 솔루션으로 황하의 잉어처럼 등용문을 뛰어넘어 원하는 대학의 하늘로 괄목상대하게 승천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우정의 꽃이 만발한 즐거운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너희들이 머리 맞대고, 저마다의 미래를 탐색하는 모습, 한 시라도 빨리 보고 싶다.

고   권   일 (삼성여고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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