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사회 무관심 '큰 몫'…이달안 하역업자 요청한 인상률 결정
제주지역 주민들이 쌀 한톨을 사도, 휘발유를 소비해도, 신발을 한 켤레 구입해도, 모래나 시멘트 목재 등 건축자재를 사서 집을 수리해도 이들 물건값에는 항만 하역료가 바늘에 실 가듯 붙어있다. 아파트 분양가에도 하역요금이 포함돼 있다. 제주도민의 소비생활은 전적으로 육지부 지방에 의존한다. 육지부에서 생산되는 농축산물, 공산품 등 거의 모든 물자는 제주항과 서귀포항을 통해 도내에 반입되고 있다. 여기에는 항만 하역료가 붙는다. 선박에서 화물을 싣고 내리고, 자동차에 옮겨싣고, 아니면 자동화물로 그대로 들어온다 해도 하역료가 붙지 않는 화물이 전혀 없다. 그래서 하역료는 제주도민들의 소비생활에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중요한 하역요금 체계를 도민들은 잘 모른다. 시민·소비자 단체에서도 관심이 없다. 그래서 항만 하역요금 허가권(인가권)을 쥔 당국은 하역 업자의 요구를 기초로 요금 수준을 결정해버린다. 항만하역요금이 밀실에서, 극소수의 공무원에 의해 결정되고 있어 문제거리다. 7일 도 해양수산본부에 따르면 제주도내 하역업자들의 단체인 제주항만물류협회와 항운노조가 신청한 하역요금 인상 신청건에 대해 금명간 인상률을 결정할 방침이다. 제주항만물류협회(옛 제주항만하역협회)는 기본요금을 5.7% 인상을 요청하고 있지만 할증료나 기타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인상 수준은 이보다 훨씬 웃돈다. 이제까지 항만 하역요금은 옛 제주해양수산청장이 결정해왔지만 지난 7월 해양수산청이 제주도로 통합됨에 따라 앞으로는 제주도지사가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현재 하역요금을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부서는 도 해양수산본부 항만개발정책과(항만관리계)로, 이들은 모두 해양수산청 출신 공무원이다. 해양수산청이 제주도로 통합됨에 따라 이들 신분이 국가공무원에서 지방직 공무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제까지 해양수산청 관례대로 라면 이들 실무 부서가 하역요금을 결정하면 그대로 인상된 하역요금이 공포될 전망이다. 제주도지사가 하역요금 인가권을 갖게 됐지만, 하역요금 인상수준을 앞두고 경제정책이나 지역 소비자 물가와 관련된 도 관련부서, 도청 물가대책위원회 등은 7일 현재까지 하역료 결정에 따른 의견진달이나 협의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다. 내용조차 모르고 있다. 항만 하역업체(항운노조)들의 입김만이 작용할 뿐, 하역요금 수준을 적정수준에서 조정하거나 내려달라는 목소리는 전혀 없다. 특정한 상품의 물가인상이나 공공요금 인상 때면 서민경제가 위축되고 어려워진다며 인상반대 목소리를 높이던 그 흔한 시민단체나 소비자 단체, 경제단체들도 이처럼 도내 물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하역요금 체계에는 정작 무관심하다. 복잡한 하역요율 체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지역언론에서도 도민경제생활에 미치는 하역요금 체계에 대해서 심층 분석이나 이렇다 할 기획 보도물을 별로 내놓지 않고 있다. 이같은 지역사회의 무관심은 항만관리계 2- 3명 공무원이 탁상에서 ‘밀실 결정’하는 데 ‘기여’하고 있을 뿐이다. 해양수산청장이 인가하던 하역요금이 제주도지사로 바뀐후 처음으로 곧 이뤄질 새로운 하역요금 수준이 어떤 협의과정을 밟고, 소비자 및 도민의 목소리를 담아 과연 적정한 요율(料率)수준으로 조정될 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부산이나 인천·마산 등지에선 항만 하역요금 조정 때마다 시민·소비단체는 물론 시 당국이 나서 인상 최소화를 외치는 것과는 달리 제주는 너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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