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삶 그리고 사랑의 노래
[세평시평] 삶 그리고 사랑의 노래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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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라는 질문에는 제각기 다른 대답을 할 것이다. 가끔 바쁘게 지나치는 도시의 군중들을 보면서 저마다 자기 앞에 주어져 있는 인생의 역할이란 책장에 꽂혀 있는 책속의 내용처럼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누구라도 공감하고 경탄을 하게 하는 삶은 역경을 이겨내고 결실을 맺는 삶이다. 물론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아가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어쩌면 그런 무탈하고 소박한 삶은 축복인지도 모른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넘친다. 처음 그의 노래를 듣게 된 것은 우상임의 자작나무 숲 공연장에서였다. 그의 우렁차고 박력 있는 목소리에서는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청중을 애수에 젖게 만들고도 남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음악가이며 제주의 소리꾼으로 유명한 양정원씨(40)가 첫 음반을 발표했다. 그는 음악활동을 하던 중에 13년 전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상태였으나 기타를 잡으면서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원활하게 몸을 움직여 연주하지는 못한다고 한다.

‘돈타령’은 귀에 익숙한 곡조이며 현대의 사람들 마음속에 팽배한 배금주의를 풍자한다. ‘걱정 마세요’는 모두에게 다 잘 될 거라는 막연한 암시를 준다. 그의 노래가 걱정으로 가득하고 불안한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할는지도 모른다.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듣다가도 인생의 깊은 비밀이 숨겨져 있는 노래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는 지체장애 2급의 소리꾼이다. 그런 그가 사람들을 위로하는 노래와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노래를 하는 것은 듣는 사람을 경탄하게 한다.

음악적인 완성도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그의 작품들은 현시대를 담아내고 있으며 장애우들을 격려하고 희망을 주는 등불 중의 하나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이번에 발표한 음반에 실려 있는 곡들은 독거노인, 불우아동을 위한 콘서트를 갖거나 장애인 합동결혼식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들었던 곡들이다. 그는 장애인들을 위한 행사에는 항상 같이한다.

예술가들은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애정 없이는 좋은 작품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대부분 좋아하는 음악가들이 있으며 좋아하는 곡들이 있다. 모차르트나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것도 심미안을 키우는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자생하여 싹을 틔우고 결실을 맺어가는 소위 제주어라 일컫는 제주도 사투리로 부르는 노래에 대한 애정을 가져줬으면 하고 빌어마지 않는다.

제주의 존경받는 시인 중의 한 명인 김순이시인(제주문인협회부회장, 60)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3중주 Op.50 ‘위대한 예술가의 추억’을 특히 좋아한다. 이 작품에서 어느 위대한 예술가란 니콜라이 루빈스타인이다. 모스크바 음악원의 설립자이며 초대원장이었던 그는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으며 차이코프스키에게 혹평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좋은 선배였다. 양정원씨에게도 그런 정신적인 지주가 되는 선배인 최구희씨(들국화 멤버)가 있다. 그 외에도 음악을 하는 따뜻한 가슴을 가진 동료들이 있다.

김순이 시인께 제주의 음악가인 양정원의 삶과 사랑의 노래가 실린 음반을 선물하고 싶다. 제주의 토속문화에 대한 유난한 애정을 보이는 여류시인은 분명히 차이코프스키 작품에 못지않은 사랑을 그에게 보여줄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많은 사랑이 그에게 봄날의 햇볕처럼 쏟아지길 빈다.
그의 음반에 실려 있는 고마운 분들이라는 글도 감동을 준다. 수백 명에게 감사했다. “해병대 568기 전우들....그리고 행복을 꿈꾸는 모든 장애우님들 사랑해요. 행복하세요.”
모두가 행복하길 빈다.

강   병   철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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