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낯두꺼운 '自畵自讚'
[김덕남 칼럼] 낯두꺼운 '自畵自讚'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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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운영 점수 뻔뻔스런 '91.7점'

<어떤 사람이 이솝을 찾아 왔다.
그리고 잔뜩 자기자랑만 늘어놓은 글을 읽어 주면서 평가받기를 원했다.
"제 스스로 제 능력을 지나치게 치켜세웠거나 염치없이 뻔뻔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에게 이솝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자화자찬(自畵自讚)은 옳다고 생각합니다. 당신 말고는 누구도 당신을 칭찬해주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최근 정부가 스스로 지난해 국정운영 결과를 평가하면서 평균 91.7점의 높을 점수를 매겼다는 소식에 연상되는 '이솝 이야기'다.
정부 업무평가 위원회는 정부 27개 부처와 21개 청을 대상으로 한 업무평가에서 경제분야가 92.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일반.행정 분야가 92.2점, 사회.문화 분야 91.7점, 외교.안보 분야 89점 등 전체 평균은 91.7점이었다.
그러나 국민 4940명을 대상으로 한 고객 만족도는 51.5점이었다.
정부가 자기점수를 수(秀)라고 치켜세웠는데 반해 국민은 가(可)라는 낙제점수를 준 것이다.

예의 모르면 염치라도 있어야

정부의 부끄러운 줄 모르는 '자화자찬'에 백성들은 기가 막혀 어이없어 하고 있다.
생활고를 비관하던 서민들의 자살이 속출했고 취업난으로 청년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심화되는 양극화에다 민생경제 고통지수가 서민들의 마음을 후벼파 왔는데도 경제가 100점 만점에 92.3점이라고? 어쩌면 이렇게 백성을 조롱할 수 있는가.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의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그렇다.
한국갤럽조사에서는 "경제정책 잘못했다"가 74.1%, "잘했다"가 11%이었다.
코리아 리서치센터조사에서는 국민 67%가 "4년간 국정운영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41.9%는 삶의 질이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했고 "나아졌다"는 고작 5.2% 뿐이었다.
이런데도 정부는 스스로 "국정운영을 잘했다"고 북 치고 장구 치며 나대고 있으니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가 이처럼 뻔뻔스러울 수 있을 것인가.
관자(管子)의 목민편(牧民篇)에는 나라의 버팀목으로 네 가지 덕목을 들었다.
예(禮) 의(義) 염(廉) 치(恥)가 그것이다. 예로서 의를 행하고 부끄러움을 알아 절제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중 하나라도 없으면 나라가 흔들린다는 교훈이다.

백성은 경제 저울로 정치를 만난다

그런데도 '국민이 대통령'이라고 선전하던 참여정부는 국민에 대한 예의(禮義)는 고사하고 자신에 대한 염치(廉恥)도 모르니 나라운영이 정상일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국정운영의 잘못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며 매사 싸움닭처럼 언론 등에 싸움을 걸고 있다면 앞으로 남은 국정(國政) 1년이 어떻게 될지 여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메가 케로스'는 뿔이 무거워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하면서도 성질이 사나워 싸움에 몰두하다가 멸종됐다는 사슴과 동물이다.
그래서 인격과 능력에 비해 너무 큰 감투를 쓴 사람을 '메가 케로스'라고도 부른다.
'메가 케로스' 과(科에) 속한 사람들이 지배하는 사회는 그들만의 멸종이 아니라 사회전체를 퇴화시키고 멸망시킨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백성들은 1년 남은 정권 담당자들에게 간곡하게 말하고 싶은 것이다.
"제발 뿔 달린 무거운 관을 벗어 던지고 민생현장으로 내려 오라"는 것이다.
"남의 탓보다는 내 탓이오 가슴 치며 제발 민생 경제를 돌아 보라"는 것이다.
백성들은 경제라는 저울을 통해 정치를 만나고 정권을 저울질한다.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정치의 평가기준이다.
정부가 이 같은 백성의 심정을 알았더라면 백성을 조롱하고 업신여기는 '올 A'라는 염치없는 국정운영 평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스스로 크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서는 악취가 난다(自大則臭)"는 중국 고사가 있다.
"자기를 칭찬하는 자는 자기를 더럽힌다"는 영국 격언도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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