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두리 시민은 시민 아니냐" 분통
[사설] "변두리 시민은 시민 아니냐" 분통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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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영평 하동마을 주민들의 생활민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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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참고 견딜 수만은 없다".
제주시 아라동 영평 하동마을 주민들은 단단히 화가 났다.
10년 가까이 당국의 생활 환경개선 약속만 믿고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 악취를 참고 견디던 주민들이었다.
이런 '악취 생활'을 참다 못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선 것이다.
주민들은 제주도와 제주도의회 등에 "생활하수 악취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10년 전 당국이 인근 아파트 단지와 영평하동 마을 하수처리 시설을 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오폐수와 생활하수 동시처리 펌프시설을 설치했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아파트 단지 생활하수가 그대로 하동마을 하천(무두천)에 방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천 웅덩이에 제대로 정화되지 않는 분뇨 등 생활하수가 고여 고약한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냄새가 너무 고약해 인근 주민들의 구역질 등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제주시 당국은 예산타령만 하면서 "나 몰라라" 이들의 민원을 10년 가까이 모른 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편의에 의해 오수와 하수를 분류하여 처리해 달라는 주민의 요구를 외면했다가 민원이 생겼는데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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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마을 주민들은 오수와 생활하수를 함께 처리하는 폄핑 시설을 할 때부터 통합처리 방식을 반대해 왔다.
영평하동에서 상동에 이르기까지 이르는 1.5km까지 펌핑하려면 그 시설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현재의 민원처럼 정화되지 않는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제주시 당국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통합시설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예산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은 행정편의만을 위해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결과가 우려했듯이 하동마을을 '악취마을'로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놓고도 제주시 당국은 '분류식 하수관거로의 교체가 필요하다"는 절박성을 인정하면서도 재정 형편상 하수관거 교체가 힘들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시설교체의 필요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타령만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정의 직무유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주민들의 절박한 생활민원처리는 외면하면서 제주도 당국은 올해 축산 분뇨 악취해소를 위해 23억원을 투입하고 있다는 것은 행정의 완급도 모르는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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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행정이 목소리가 크고 완력을 부리는 민원에는 신경을 쓰고 생활불편을 감수하면서 당국의 순리적 조치를 묵묵히 기다리는 선량하고 순박한 민원인들은 홀대하는 이중성에 있다. 이는 행정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불신행정의 원인이다.
하동마을 주민들이 참다 참다가 "외곽지역 시민들은 시민이 아니냐"고 항의성 진정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의 분노를 반영하듯 제주시 당국의 2중적 민원처리 행정은 시민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현재 제주시 신제주 지역 등 도심 대로변이나 뒷골목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같은 장소에서 하수구를 파고 교체하고 덮는 이상한 공사를 수 차례 반복하고 있다.
엊그제 파고 덮었던 곳을 또 다시 파고 덮는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주민불편도 주민불편이지만 엄청난 예산을 낭비하는 것이어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차별대우를 느끼는 외곽지역 시민들의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영평하동 마을 주민들의 진정서는 이처럼 참았던 외곽동 주민들의 터져 나오는 분노의 시발점이나 다름없다.
더 큰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당국은 당장 관련현장을 방문 조사하여 합당한 개선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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