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편의를 위한 행정이 이래도 되는 겁니까. 잦은 펌핑장치 고장으로 인근 반석아파트에서 배출되는 오수가 그대로 우리 마을을 관통하는 하천으로 방류되는 바람에 여름이면 웅덩이에 고인 물에서 나는 분뇨 등 썩는 냄새로 살 수가 없습니다”
제주시 영평하동 마을 주민 100명은 지난 1월 제주시와 제주도, 제주도의회에 이 같은 민원을 해소해 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 같은 민원은 반석아파트가 들어선 이후 10년 가까이 됐다. 그러나 당국은 예산타령만 늘어놓으며 부지하세월(不知何歲月) 입장이다.
마을주민들에 따르면 반석아파트와 영평하동마을 하수를 동시에 처리하기 위해 오수와 생활하수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펌핑시설을 하동마을 하천(무두천) 근처에 설치했다.
이 시설은 인근 반석아파트에서 나오는 오수와 생활하수를 다시 영평하동까지 내려 보낸 뒤 펌핑처리로 다시 반석아파트를 거쳐 영평상동까지 올리고 있다.
영평하동에서 상동까지 이르는 약 1.5㎞에 이르는 곳까지 하수를 펌핑시키다 보니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해 툭하면 고장, 반석아파트에서 버려지는 오수와 생활하수가 그대로 하천변에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마을 주민 문경천씨(67)는 “비가 오면 생활하수와 오수 등이 그대로 쓸려나가 큰 문제가 없지만 펌핑과정에서 기계가 높은 압력을 견디지 못해 툭하면 고장나는 바람에 반석아파트에서 버려지는 오수 및 생활하수가 하천으로 그대로 방류되면서 여름철 웅덩이에 고여 분뇨 등 썩는 냄새가 주변을 진동시키고 있다”면서 “이 같은 일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고 말했다.
문 씨는 “처음에 마을주민들이 펌핑장치를 설치하는 것에 반대를 했다”면서 “그런데도 제주시는 주민들의 의견을 묵살, 강행하는 바람에 지금과 같은 민원발생을 자초한 것”이라고 시 당국을 비판했다.
마을주민들은 이 같은 하수처리에 문제를 제기, 마을 서측 도궁당길(속칭 황세왓길)로 이어지는 오수관시설을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시 당국은 이에 대해 “비가 올 경우 오수펌프시설 용량이 초과, 일부 오수 및 하수가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다”고 인정한 후 “분류식 하수관거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재정형편상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처음부터 오수와 생활하수를 분류하는 분류식으로 하지 않은 것도 제주시의 큰 잘못이다. 이를 분류식으로 바꾸자니 예산타령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인 것이다.
결국 첫 단추를 잘 못 꿴 당국이 주민들의 불편을 지금와선 ‘돈 타령’으로 묵살하고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3면)
영평하동 펌핑장치 '툭하면 고장'…인근 APT 오수 하처 방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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