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함평군 나비축제의 시작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의 생존을 위한 방안의 찾기에서 시작된다. 이 군은 산업화의 진전에 따라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지고,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서게 된다.
도시인들이 이 조그마한 농촌마을에 찾아오고, 이 농촌이 생산한 농산물의 값을 잘 받기 위해서는 지역이 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함평군은 그 특화방안을 오염되지 않은 농촌을 배경으로 하는 경쟁력 있는 축제의 개최로 결정하게 된다.
독특한 문화나 뛰어난 자연자원이 없는 농촌에서 축제테마의 선정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농촌의 대표적인 꽃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모아져서 ‘유채꽃축제’를 개최하기로 잠정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유채꽃축제는 제주도의 대표적인 축제이기 때문에 유채꽃을 테마로 하여 제주도와 경쟁하는 것은 어렵다는 자체 진단이 내려지게 된다.
이렇게 하여 그 차선책으로 제안된 것이 ‘나비’라는 것이다. 나비는 하늘거리며 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 누구나 좋아하며, 꽃과 함께 하여야 하기 때문에 나비를 주 테마로 하고 꽃을 거기에 접목시킨다는 착상을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다가 어느 농촌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곤충과 파충류를 더하여 농촌생태 축제로 하면 좋겠다는 의견의 집약이 이루어진다.
이렇게 하여 1999년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함평나비대축제’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다.
도시화의 가속과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자꾸만 보기가 어렵게 되는 나비를 맘껏 볼 수 있는 축제, 여기에 더 하여 수십만 평에 펼쳐지는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축제, 사슴벌레와 장수풍뎅이 그리고 그 애벌레를 손으로 직접 만져 보고 보리그스름을 체험할 수 있는 우리나라 유일의 생태축제를 싫어할 사람이 없게 된다.
이 축제의 특징은 보고, 만지고, 느끼고, 즐기면서 배우는 친환경 생태축제라는 점이다. 거기에 다가 이 축제는 도시 어린이를 타깃으로 함으로써 부모와 자식을 중심으로 하는 단란한 핵가족 중심의 현대 사회에서 한 가족이 꼭 참여하여야 하는 축제가 된 것이다.
즉, 수십만 평의 광활한 유채꽃밭과 자운영꽃밭 속에서 어린이들은 자연과 환경의 소중함을 체험하게 되고, 어른들은 동심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나비축제는 축제를 시작하여 4년 만에 문화관공부 예비축제로 지정되고, 그 후 지금까지 3년 연속 문화관광부 우수축제의 위상을 이어가고 있다.
축제가 매년 열리면서 그동안 1.00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함평나비축제를 관람하였고, 1억 마리의 호랑나비, 흰나비, 네발나비, 부전나비, 팔랑나비들이 함평을 찾은 관광객을 즐겁게 맞아 주었다고 한다.
함평군은 이 축제의 성공을 계기로 2008년에는 27만 평의 대지 위에서 나비와 곤충을 소재로 하는 세계 유일의 ‘함평 세계나비·곤충엑스포’를 개최한다고 한다.
내년의 엑스포는 문광부의 후원으로 353억 원이라는 예산을 투입하여 4월 8일에서 6월 1일까지 45일간에 걸쳐 열림으로써 2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조그마한 농촌마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축제의 경쟁력이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을 충분히 분석함으로써 제주 대표축제를 한 두 개 쯤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축제는 가장 적은 예산으로 지역을 홍보하고 그 지역이 생산한 특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마당이 된다.
사계절 다양한 축제의 개최와 더불어 제주 상징의 대표축제를 만드는 작업을 함평나비축제의 성공으로부터 배워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상 싶다.
고 승 익 (제주대학교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