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초 탄생한 제주특별자치도 의회가 요즘들어 갈팡질팡하고 있다. 의원들의 무분별한 해외여행을 자제하기 위해 시도한 의원 해외여행 사전심사 ‘조례’가 결국 몇 단계 떨어진 내부 ‘규칙’으로 만들어진데다 심사위원도 외부인사를 대폭 줄여 그들만의 심사가 돼버렸다. 또한 대법원에 의해 무효 판결난 도정 업무 평가 조례와 비슷한 자치입법권을 재추진하는 등 초법적인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 해외연수 조례
도의회는 지난해 12월 고봉식·안동우·위성곤 등 비교적 혁신적인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의원의 공무국외여행에 관한 조례안’을 이달 중순 표결 끝에 폐기하는 대신 ‘규칙’으로 최종 낙착했다. 이날 통과된 규칙(안)은 공무 국외여행 적용 범위, 심의위원회 설치·운영, 보고서 작성 등 조례안 주요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심의위원회’의 경우 당초 대학교수 및 전문가 2명, 시민사회단체 추천 3명 등 민간위원 5명과 지방의원 3명, 의회사무처장 등 모두 9명으로 구성토록 제안됐으나 민간위원과 지방의원 각 3명, 의회사무처장 등 7명으로 수정됐다. 이 때문에 당초 조례안에서는 민간위원 비율이 과반수를 넘겼으나 규칙안에서는 의회관계자들이 다수를 차지, 사실상 의회에서 자기들끼리 의원 해외여행을 심사하는꼴이 됨으로서 당초 취지를 무색케하고 있다. 더구나 법률과 같은 효과를 보는 ‘조례‘ 에서 의회 내부를 규율하는 ‘규칙’으로 격하됨으로서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 그린 조례‘라는 비판이다.
일부 의원, 도 예산으로 '편법' 해외여행 중
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의원 7명 전원이 ‘선진 지방자치제도 해외연수’란 명분으로 21일 9일간 일정으로 북유럽 여행을 떠났다. 공무원과 민간인 등 18명이 함께 한 이 국외 여행비에는 5000만원의 도 예산이 사용됐다. 의회 아닌 도청 예산으로 의원들이 해외여행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올 예산을 의회가 심의할 때 의원들이 집행부(도청)에 의원 해외여행 경비로 예산항목에 끼어놓을 것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현재 의원 1명당 1년 해외연수비는 180만원 범위내로, 이 규정에 묶인 도의원들이 편법으로 도 예산으로 해외연수를 나간 꼴이다. 한 시민단체 간부는 “특히 연수지역이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 북유럽이어서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에서 본받을 만한 벤치마킹 대상과는 별 관계가 없다”며 “제주의 생활환경과 자치환경이 동떨어진 북유럽을 선택함으로서 관광성 해외여행이란 지적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大法 조례무효 판결 불구 오기로 비슷한 조례 시도
대법원은 이달 중순 제주도의회가 제정한 ‘도정 업무 평가 조례‘가 법률에 위배된다며 이례적으로 무효 판결을 내려 전국적으로 제주도의원들의 법률 무지를 노출시켜 망신당했다. 하지만 이 무효 판결난 조례를 대표 발의한 김병립 의원이 최근 한 신문 기고를 통해 도정 평가와 비슷한 내용의 자치입법권에 관한 조례를 재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이 때문에 반성은 커녕 오기와 감정으로 입법활동을 재추진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 입법기관인 의회가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할 판에, 도리어 법에 위반되는,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발상은 문제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도정평가’ 조례룰 시도하게된 것은 도가 호접란 사업에 수백억원을 투입, 실패한 점을 한 예로 들면서 이는 도청이 호접란 사업에 대한 도정 평가를 외부가 아닌 자체로 내릿 탓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회가 해마다 호접란 사업 예산안을 심의, 통과시켜줬을 뿐 아니라 의원들이 도민혈세로 10회 이상 미국 캘리포니아 호접란 사업장에 뻔질나게 드나들며 격려한 때는 언제냐는 것이다. 의회가 호접란 사업이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 사업비 예산을 삭감했더라면 처음부터 호접란 사업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을 뿐 더러 도의원들의 뻔질난 현지시찰 해외 여행도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의회가 예산심의를 잘못해 놓고는 모든 잘못을 도청(자체 업무 평가) 탓으로 돌린 건 억지란 지적을 면할 수 없게됐다.
도의회 의장단 중앙서 문전박대 당해
최근 도의회 의장단이 당면한 지역현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실 및 3개 부처 장. 차관실을 찾았으나 비서실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며 입실은커녕 문전박대 당하고 ‘쓴맛’으로 되돌아왔다. 제주도의회 의장단 등 4명은 국무총리실 및 3개 부처를 방문했다. 이 방문은 최근 제주도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는 ‘특별자치도 2단계 제도개선 핵심과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반영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전달하기 위한 것. 하지만 도의회 방문단은 정부 각 부처로부터 그 흔한 ‘차 접대’ 조차 받지 못하는 등 가는 곳마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제주도의회의 대외 교섭력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