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부하는 의정상 심어야
[사설] 공부하는 의정상 심어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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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스스로의 고유 영역이 있다. 따라서 각기 고유업무나 고유권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서로 협조하고 견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느 한 쪽이 지나치게 상대방의 고유 영역을 넘보려다가는 무리수가 따르게 되고 마찰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제주도의회가 그런 모습을 보이다가 크게 망신을 당하고 말았다. 지난 제7대 제주도의원들이 스스로 발의해 만든 ‘제주도 주요업무 자체평가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최근 대법원이 무효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의원들이 이 조례를 제정할 때도 법률 범위를 넘어선 위법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를 무시, 조례제정을 강행함으로써 뒤늦게 의원들의 무능함이 노정된 것이다.
이 조례는 도의회가 도정의 주요업무 자체평가에 대해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업무평가위원회에 도의원이나 대학교수 등 외부인사 및 전문인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명분일 뿐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회가 집행부의 권한을 침범해 집행부 공무원들의 업무평가까지 넘봄으로써 집행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제주도는 지난해 4월 이 조례가 제정되자 재의를 요구했고, 의회가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대법원에 조례안 무효소송을 제기했던 것. 이에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조례집행정지 결정에 이어 이번 무효판결을 내려 제주도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은 결정문에서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조례로서 견제의 범위를 넘어서 상대방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규정을 할 수 없다”면서 “정부업무평가 기본법에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정하고 있는 자체업무평가에 관한 사항에 대해 지방의회가 사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내용을 조례로 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한마디로 법률규정을 넘어선 초법적(超法的) 발상으로 조례를 제정한 것이니, 지방의원들의 행정법 관련업무에 무지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조금만이라도 법률지식이 있거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이 같은 웃음거리는 발생하지 않았을 터이다. 앞으로는 공부하는 의정상을 심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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