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뉴 제주 운동’, 相生 혹은 딴지걸기
[세평시평] ‘뉴 제주 운동’, 相生 혹은 딴지걸기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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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분열상이 심상치 않다고 쑥덕공론이다. 지도자의 리더십 부재를 운운하는 세력들이 여전하다. 풀어나가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도지사의 미국행은 무엇이며 ‘뉴 제주 운동’이라니,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 듣는다고 야단법석을 피우기도 한다. 걱정되어 내지르는 아우성이라 짐작할 수 있다. 행정행위가 염려스럽고 제주특별자치도의 미래가 불명확하여 나오는 소리들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작금에 제주특별자치도가 처한 위기상황, 닥쳐 있는 현안들이 순서를 정해 처리해 나갈 일인가 하는 점은 가리고 따져봐야 옳다는 여론이다.

지역현안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모두가 한시바삐 해결해야 할 사안들이다. 한·미 FTA 협상 진행에 따른 감귤산업 등 1차산업 위기라든지 해군기지 관련 도민갈등은 발등에 불이 붙어 있는 상황이다.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2단계 제도개선 ‘빅3’ 해결을 비롯하여 침체일로에 있는 제주경제 활성화 문제 역시 긴급을 요하는 사항이다. 그뿐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4·3특별법 재개정 후속조치, 혁신도시 건설, 제주영어전용타운 건설 사업, 외자유치의 가시적 성과 등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현안마다 해법이 있으며, 도민들의 의견합치와 전폭적인 지원이 관건이라는 주장이 우세하다. 이를 이끌어 내는 것이 특별자치도정이 보여주어야 할 민주·통합의 리더십이다.

하지만 최근의 지역사회 안에 관·민간, 민·민간 갈등의 골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도의회 상임위 업무보고 과정에서 도의원의 일갈이 가관이다. “미국에 가서 커틀러 대표와 커피 한 잔 마시고 얘기했다고 들어줄 사항인가?”라 웃겼다. 만약에 성공한다면, 다시 어떤 말을 할까. ‘생존권 사수 차원의 절박한 협상 현장 방문’ 몸짓임을 이해 못하는 막말이다. ‘감귤류는 초민감 품목으로, 원칙적 협상예외 품목이라는 정부의 기본방침’을 몰라서일까. 이런 방침을 세우기까지 당사자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자기고백인가. 도민들의 조롱감이다. ‘청와대 앞 삭발 시위’ 운운, 본인이 직접 하실 용기는 없는가. 창피하니까 제주의 고질병을 드러내지 말자고, ‘뉴 제주 운동 무용론’을 주장하는 도의원도 있다. 의정단상에서 창피하니까 제주도정의 잘못도 지적하지 않을 심산인지 모를 발언이다. 지역현안 건의차 중앙부처 순회방문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낮술에 취해 구설수에 오른 도의원들의 모습을 먼저 반성함이 옳지 않은가. 구태의연, 구태의원들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준 참여정부의 장관이었던 중앙 정치인은 한술 더 떴다. “일방적으로 요구한다고 100% 되는 것이 아니다.”는 사실을 모르는 도민이 없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속담도 모두 안다.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노력을 무시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속물 정치인들의 행태이다. 이런 자가 당의장이라 폼 잡는다. 일부 언론 지면에는 ‘뉴 제주 운동’ 딴지걸기가 요란하다. 할 일이 많은데 의식개혁 운동에 나설 때냐는 것이다. 일리가 있다. 하지만 공직자들 모두가 한 가지 일에만 매달리는 것이 아님을 모르는 견해이다.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에 대한 유·무죄 판결 역시 전적으로 법정에 맡겨두면 된다.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그때 가서 대응할 문제이다. 지금은 제주특별자치도 수장으로서 펴 나가는 책임행정에 비판과 함께 지원을 잊지 말아야 할 때라는 점을 인식해야 옳지 않을까.

뉴 제주 운동은 ‘새로운 제주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하여 공직사회가 먼저 변화하자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지역사회 전체가 의식개혁·실천을 통해 새 도약을 이루자는 강권이다. 김태환 지사는 공직사회 내부의 연공서열과 권위의식, 차별적 행정행위, 복지부동, 무책임 등등을 도려내야 할 병폐로 꼽았다. 구호보다 실천이다. 제주지역에 뿌리 깊은, 연고주의에 의한 편가르기 소집단문화, 폐쇄적 배타성, 바가지 관광 상혼 등등을 깨뜨려야 할 폐습으로 들었다. 뉴 제주운동은 곪고 곪은 지역사회 병폐를 도려내고, 대오를 새롭게 정비하여 함께 나아가자는, 도민 모두의 의기투합을 요구하고 있다.

예로부터 제주도민에게는 수눌음과 조냥, 배려와 베품, 자존(自尊)·자강(自强) 정신이 있다. 제주도를 존재하게 하는 탐라문화는 본래 사방팔방으로 열려 있는, 개방·진취의 지방분권·자치의 문화였음을 기억하면 어떨까. 상생과 평화의 정신이 여기에서 배태되었다. ‘나를 바꾸면 제주가 새로워진다’는 슬로건이 슬로건 자체로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실천의 문제임을 자각하는데서 출발하기를. 형식에 치우친다면, 실패하기 마련이다. 약속한대로 공직자들부터 생활 속의 실천, 도민들이 바라는 행정의 큰 혁신을 이루기를 기대하는 도민들이 많다.

안   창   흡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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