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단물 빨다가 침 뱉기
"대통령이 불쌍하다".
요즘 집권여당의 지리멸렬(支離滅裂)을 보는 마음이 그렇다.
대통령 무릎 아래서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던 정치야합의 동지들이 당을 뛰쳐나가 대통령에게 돌팔매를 하는 꼴이 안쓰럽기 때문이다.
이는 4년3개월 전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모태(母胎) 당을 깨고 나올 때부터 예견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통령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란 말이 심상하게 나오는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통령을 꼬드겨 '100년 집권 정당'을 만들자고 나섰던 빗나간 '권력 설계자'들이 앞장서 대통령을 집단 따돌림 하는 것은 비루하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경박한 언행, 부족한 국정운영 능력, 비뚤어진 이념정치, 정책실패 책임전가 등을 비판해 왔고, 그래서 '참 나쁜 대통령'이라는 평가에 일정부분 동의했던 사람들까지도 '대통령 왕따 현상'을 딱하게 여기는 것이다.
열린우리당 집단 탈당이 '참 나쁜 대통령'을 '참 불쌍한 대통령'으로 반전시키기 위해 꼼수를 두는 '기획 탈당'이거나 '위장 이혼'이라고 해도 그렇다. 불쌍한 건 불쌍한 것이다.
인기 없어지자 집단 따돌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했거나 탈당 초읽기를 하는 의원들은 어떤 부류인가.
소위 참여정부 집권 초기 소잔등에 올라타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권력의 로데오 게임'에 악착같이 매달렸던 자들이 아니던가.
2004년 총선 직후에는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호기를 부리기도 했었다.
'쓰나미'같은 대통령탄핵 역풍 밀려 무임승차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장관 등 권부 중심이나 주변부에서 온갖 혜택을 누려왔다.
그런데도 대통령 임기 말에 인기가 떨어지자 대통령에게 침 뱉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감이 아니다", "대통령이 개혁 민주 자산을 팔아먹었다", "열린우리당은 실험정당이다"는 등등 듣기에도 거북하고 민망스러운 조롱과 야유를 보내고 있다.
정치가 아무리 도덕적 윤리와 거리가 멀고 거짓말과 협잡과 백성을 속이는 기술로 명맥을 유지한다고 해도 그렇다.
대통령 실패의 1차적 책임은 물론 대통령 자신에게 있다.
그러나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하고 일탈을 막지 못한 여당의 책임이 더 크다.
그래서 집권여당의 집단 탈당을 놓고 부모가 부도 났다고 부모에게 침을 뱉으며 가출하는 아들의 패륜에 빗대는 이들이 많다.
奸臣 특성 그대로 선보여
"충신은 국익(國益)을 위해 자신을 바치고 간신은 사익(私益)을 위해 나라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충간(忠奸) 분별론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 집단탈당 의원들은 충(忠)인가, 불충(不忠)인가.
중국의 경지원(景志遠)과 황정림(黃靜林)이 공동 집필한 변간신론(辨奸臣論.1991년 중국인민대학 출판)을 편역한 김영수는 간신론(奸臣論)에서 간신의 특성을 "음흉하고 교활하며 가식과 위장을 본성으로 삼는다"고 했다.
흑백을 뒤바꾸고, 시비를 뒤섞고, 웃음 속에 비수를 숨기고, 겉으로는 떠받들지만 돌아서서는 비수로 찌르고, 패거리를 만들어 이간질과 모순을 조장하는 것이 간신의 수법이라 했다.
이간질과 음모와 권모술수와 중상모략과 불신조장 등 온갖 악의 광주리를 이고 다니는 우리주변의 정치인들 두고 하는 말 같아 머리끝이 쭈뼛해진다.
그래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지난해 말 내놓은 '사회적 자본실태 종합조사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국민들은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집단을 정부와 정당과 국회라 했다. 17개 대상 그룹중 이들 세 집단이 최하위인 15-17위 그룹에 포진됐다. 그중 국회가 꼴찌였다.
따라서 "이들 세 그룹을 간신 양성소"라 하고 집단탈당 의원들을 "간신들"이라고 부른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하다.
이런 자들과 더불어 국가경영을 하며 욕을 먹었으니, 그래서 '참 불쌍한 대통령'이 아닐 수 없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