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케인스’는 소비경제학을 설명하면서 저축의 부작용을 들었다. 말하자면 저축은 개인적으로는 부를 형성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저축한 돈만큼 소비성향을 줄어들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과 고용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하였다.
또한 소비가 늘게 되면 생산량을 늘리게 되어 자연적으로 고용이 증가된다는 이론을 내세우면서, 소비 · 생산 · 고용증가의 피드백 과정에서 창출된 기업이윤은 산업자본으로 재투자되어 고용창출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우리는 이러한 경제학의 양면성을 알면서도 저축도 못하고 소비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국가경제는 청년실업 일백만이라는 시대적 난제 앞에 소비할 돈도 저축할 돈도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 결과로 고도의 실업문제와 내수경기 침체라는 두 가지 악재에 맞물리면서 어려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제주경제의 현 주소
지난 7일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대명제하에 행해진 범도민 토론회는 제주경제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한 뜻 깊은 자리였다. 특히 지역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과 관광분야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되었다.
한미FTA 체결을 앞두고 붕괴 위기에 놓인 제주농업은 자구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도내 80%이상 농가부채가 가구당 평균 4천2백만원이 되는 걸로 파악되었다.
관광분야에서는 수학여행단 학생들이 제주를 많이 찾아옴으로 관광객의 수는 증가되었으나 신혼부부 등 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이 중국 · 동남아 등지로 발길을 옮겨버려 제주관광 수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은 전체 내방객의 10분의 1수준인 50만여명에 불과하여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는 국제관광지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했다.
서비스업 분야에서의 고용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하나 임시직이 다수를 이루고 있어 현저히 고용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지역상권은 대형매장에 눌려있어 재래시장을 살리려는 몸부림은 일고 있지만 임시적인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들이었다.
이러한 지적들 속에서 나름대로의 경제 활성화의 길을 생각해 본다.
경제 활성화의 길
관광과 관련해서 당면과제는 하드웨어 부문에 있어서 관광기반시설의 확충방안과 소프트웨어 부문의 3불 문제(부조리 · 불친절 · 불합리)를 어떻게 해소하느냐의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제주도의 자산인 천혜의 자연경관을 바탕으로 첨단의료시설과 휴양에 적합한 복지시설을 확충하여 외래 관광객이 장기간 체류하면서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조속한 외자유치를 통해 관광인프라를 구축해야 하는데도 중앙정부에서 법적 제도적 투자 장려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손쉽게 이루어지도록 세제감면과 행정지원 등의 메리트를 제공해야 외국자본유치가 가능하게 될 것이다.
외국의 거대 자본유입은 관광수요를 늘리고 고용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물론 토착자본이 설자리를 잃게 만들 수도 있고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받을 수 있지만 투자된 고정자산은 움직일 수 없는 것으로써 관광수요를 충족시키게 되어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직접투자는 선진기술과 경영기법은 물론 그들의 친절한 서비스문화까지 함께 따라오게 되어있어 제주도민의 의식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으로 관광객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일이 있어서는 제주관광이 설 자리가 없다. 캐치프레이즈로 ‘정직한 제주 투명한 제주’를 내 걸자. 제주인의 청렴성과 솔직함이 만들어 낸 관광상품들이 관광객의 가슴을 뜨겁게 감동시켜 놓아야 한다. 제주도를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각인되도록 친절과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적에 내방객이 넘쳐 제주관광이 활로가 트이게 될 것이다.
또한 위기에 처한 농업의 돌파구로 고품질 특화작목으로 전략농업을 육성하고, 지식·정보·첨단기술을 접목한 프로농업을 키워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특별자치도의 행·재정적 뒷받침이 있어야 되리라고 생각한다.
특별자치도 도정의 책임은 참으로 막중하다. 지도자는 희망을 심어주며 희망을 잃지 않도록 힘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도민들이 따라오도록 해야 한다.
난관에 처한 제주경제는 도민 모두가 지도자를 중심으로 힘을 합쳐 따라나설 때 회생의 길이 내다보일 것이다.
강 선 종 (제주타임스 기획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