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열린 우리당 '엑소더스'
[데스크 칼럼] 열린 우리당 '엑소더스'
  • 임창준
  • 승인 2007.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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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란 빌딩을 지을 때부터 그 건물은 사실상 부실로 시작됐다. 개혁이란 이름을 표방하며 '여기출세주의'로 기회를 엿보던 주로 젊은 정치지망꾼들의 부실한 철 빔, 값싼 모래가 너무 많이 섞여 강도가 낮게 잘못 배합된 레미콘으로 건물을 올리다 보니 붕괴되는 것 시간문제였다. 그럴듯하게 빌딩을 짓고 난 다음 호화로운 형형색색의 도장을 해 놔 당장 국민들은 이 건물의 속내를 잘 몰랐다. 시간이 좀 흐르더니만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한 도색이 벗겨지고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국민은 드디어 이 건물이 무너질까봐 가까이 접근하지 않았다. 6~7차례의 연이은 보궐선거때마다 단 한차례도 야당에게 승리해본 적 없다. 민심은 결국 우리당 건물주변을 떠난 것이다.

부실로 지은 열린 우리당

열린우리당 건물이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의원 등 당 간부들이 허둥대며 빌딩을 뛰쳐나와 도망치고 있다. 현대판 엑소더스를 방불케 한다. 탈출구를 찾으려 이리 몰리고 저리 쏠리는 모습에 참담할 뿐이다. 나라를 불안과 위기로 몰아넣고서도 반성이나 참회 없이 또 다른 '부실 정당'을 결성하여 새 이름으로 또하나의 정당을 말들겠다는 이야기여서 영 순리에 맞지 않는다.
열린우리당은 지도부가 자인하듯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고 대통령과 당에 대한 지지율은 건국 이래 최악의 10%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노 대통령과 가까이 지낸 열린우리당 소속의 한 의원은 "국민은 열린우리당에 퇴출 명령을 내렸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고, 한 의원도 "열린우리당은 죽어야 한다"며 당을 떠나겠다고 공언했다. 앞으로는 집단 탈당이 이어지며 엑소더스 행렬이 이어질 건 뻔한 일이다.
그동안 호가호위하며 당을 주무르던 사람들이 반성 없이 새로 '평화 개혁' 정당을 만들겠다, '개혁적 인사의 통합신당'을 창당한다면서 얼굴하나 변하지 않고 큰 소리치며 다닌다.

걸레 빨아도 행주될 순 없어

2003년 민주당과 분당한지 3년3개월만에 또다시 정치권력을 좇아 이합집산을 한다면 정말 우리 정치의 미래는 암담해진다. 참여정부가 돌이킬 수 없는 국정실패의 늪에 빠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어디 대통령만의 책임인가. 여권모두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정치적 도리이자 3년전 창당정신에 부합되는 일이 아닐까.
나중에 야당할 각오로 뛰면서 심판받으면 되면 될 일 아닌가. 자기들이 솔선해서 만든 당 문을 박차고 나가 새 살림집을 꾸리겠다는 건 부부관례로 보더라도 볼성사납다.
열린 우리당 탈당자들이 통합신당을 결성한다면 그 당은 역시 이름만 비슷하게 바꾼 열린 우리당 정권에 다름아니다. 걸레를 빨아봐야 행주가 될 순 없다.
그들은 자신들의 입으로 말한 대로 퇴출 명령을 받은 터이므로 석고대죄하고 정계를 떠나는 게 정치적 도리다. 김 모 간부는 정치에 나서지 말고 예쁜 텔런트 부인과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 정치적 발전에 다소나마 기여하는 길일 것이다.

한나라당, 좋아할 일 아니

열린우리당이 나라를 결딴내 놓고서도 반성 없이 통합신당 한다면 그 신당도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의 분당 명분은 그래도 민주개혁과 지역주의 타파였지만 이번 통합신당 창당은 변변한 구실조차 없고 패거리 정치만 보인다. '100년 정당, 20년 집권'을 슬로건으로 내건 자신들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역사적 죄를 지었으면 참회할 일이고, 정치적 오류를 범했으면 자숙할 일이지 정치적 실패의 멍에를 몽땅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손을 털고 나간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이다.
국정을 농단하고도 이토록 무책임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이 국민통합 신당을 만든다는데 도대체 그 명분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부르짖은 민주개혁은 위장 개혁이었단 말인가.
한나라당도 좋아할 일 아니다.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당에 기댈 곳이 없는 국민들의 하는 수 없이 한나라당을 선택하게 되는 ‘반사적 이익’을 보고 있음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임   창   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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