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선생님! 힘 내세요
[세평시평] 선생님! 힘 내세요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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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중심에서 보통교육을 주도하던 선생님들이 ‘코너’로 몰리고 있다.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각종 ‘선생님 때리기’ 라는 유·무형의 타격에 평생을 견지해 온 교육철학과 정체성의 중심이 흔들리더니, 급기야 ‘글로기’ 상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개중에는 상처와 모멸감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명예퇴임’이라는 ‘타올’을 던지고, 쓸쓸히 교단이란 ‘링’을 내려오는 선생님들도 적지 않다.
‘졸고있는 아이들의 영혼에 자극을 주어 잠에서 깨어나도록 도와주겠다’는 교육적 사명감 하나로, 형극의 길이라는 사도(師道)의 초입에 들어설 때만 해도, 선생님들은 의연했다.
본연의 업무인 교수·학습활동마저 지장을 받을 정도로 각종 ‘잡무’에 시달리면서도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학교를 지켰고, 상대적으로 열악한 급여에도 불구하고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가꾼다는 자긍심 하나로 남루한 일상들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
특히 선생님들에게 보내주는 사회의 전통적 신뢰와 제자들의 공경이 있었기에, 사도의 길은 고단하지만 충분히 가치있는 삶의 여정이었다.
물론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걷고있는 선생님들에게 ‘딴지’를 걸어오는 사람들이 예전에도 없지는 않았다. 촌지수수 등 일부 선생님들이 스승으로서의 품격을 훼손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침소봉대하여 전체 선생님 집단을 매도하는가 하면,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며 선생님들을 ‘수구보수’집단으로 폄하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선생님들은 치열한 자기반성과 끊임없는 연찬을 통해, ‘존경받는 스승’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더 자신들을 채찍질해 왔다.
그런데 DJ정부의 날강도같은 정년단축은 선생님들의 명치에 꽂힌, 숨쉬기조차 힘든 강펀치였다. 교사의 전문성이나 교육적 경륜은 안중에도 없이, 중견교사 한 명 급여면 신규교사 두 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신자유주의의 해괴한 정치·경제 논리로, 당시 정년을 3년이나 남겨두었던 선생님들을 마치 ‘테우리’가 말들을 들판으로 내몰듯, 교단의 울타리밖으로 내쫒아 버린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교육은 빵을 구하는데 있지 않고, 인간의 영혼을 살찌우는 활동이라는 교육의 기본도 모르는 정치인 장관이, 아이들에게는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갈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고 ‘흰소리’를 남발한 것이다.
여기에다 교원단체들간의 이해가 상충하다 보니, 그렇지 않아도 전문직이라는 구성원의 특성상 ‘무정부 조직’인 학교 조직은 직급간, 세대간, 그리고 교육에 대한 가치관의 갈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게 되고, 최소한의 ‘교편’마저 빼앗긴 선생님들을 더 이상 존경하고 따르지 않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중구난방의 소란 속에 방향을 찾지 못해 학교 밖의 ‘사교육 저자거리’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대로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이 맥없이 무너질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스승된 자로서 방황하는 어린 영혼들을 혼돈의 광야에서 헤매게 놔둘 수는 없지 않은가.
위기의 학교를 구하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일선학교의 선생님들이 힘을 내 앞장서야 한다.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신에게는 아직도 열 두 척의 배가 남았습니다’라는 불퇴전의 결의로 풍전등화의 조선을 구한 이 순신의 결의로, 우리 학교, 우리 아이들을 반드시 내 힘으로 바로 세우고 키우겠다는 교육적 결의를 다지고, 힘겹지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한다.
누가 무어라 해도 학교교육의 중심은 선생님들이며, 선생님들의 사랑과 교육적 감화 속에 우리 아이들의 천금같은 미래가 자라나기 때문이다.

존경하는 선생님들! 힘내세요. 그래도 힘들 때면 헨리 반 다크의 ‘무명교사 예찬’을 꺼내 나지막이 읊조려 보세요. 조금은 위로가 될 것입니다.
“......그를 위해 부는 나팔 없어도, 그를 기다리는 황금마차 없어도 금빛찬란한 훈장이 그 가슴을 장식하지 않아도, 그대가 켜는 수많은 촛불, 그 빛은 후일에 그대에게로 돌아와 기쁘게 하리니.....”

고   권   일 (삼성여고 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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