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차없는 관광거리의 조성
[세평시평] 차없는 관광거리의 조성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관광통계를 보면 2006년에 531만 명의 관광객이 제주도를 방문함으로써 2005년에 500만 명을 넘어선 이래 2년 연속 500만 명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제주도는 이제 바야흐로 관광객 500만 명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그러나 제주관광에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야간관광이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제주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수차례의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야시장이나 야간광장을 만들자는 의견들이 분분하였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변변한 야시장이 하나도 없을뿐더러 제주도에 가면 야간에 유흥 말고는 즐길만한 꺼리가 없다는 짜증이 좀 섞인 얘기들이 제주도를 방문하였던 관광객들로부터 들려오는 게 현실이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광객 500만 명 시대의 제주관광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보고 있다.

관광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필자는 낯선 고장을 찾아가서 그곳의 자연과 문화를 감상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그렇다고 보면 지역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당이 필요할진대 그 마당은 다름아닌 바로 ‘차없는 거리’가 아닌가 싶다. 제주특별자치도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관광개발을 시행하면서 야심찬 관광개발 프로젝트를 수도 없이 진행하였지만 야간관광상품의 개발에서는 왜 그렇게 인색해 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면 야간관광상품의 개발만큼 돈 안 들이고 만들 수 있는 상품도 흔치 않다고 본다.

이 상품은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도시라는 자원을 그대로 이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필자는 그 구체적인 방법을 도시 내의 일정 구간을 야간동안 차없는 거리로 조성하면 된다고 보고 있다. 차없는 거리는 관광객이 도시 한복판을 한가로이 거니는 가운데 먹고 마시고 쇼핑하면서 맘껏 흥을 돋울 수 있는 낭만의 거리라고 보면 된다. 세계적인 관광휴양지의 하나인 태국 파타야 중심가에는 ‘워킹 스트리트’라는 차없는 거리가 있다.

우리는 태국을 여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만 야간에 이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보다 더 많을 수는 없을 것이다. 조그만 선술집에서부터 멋있는 레스토랑, 나이트크럽 그리고 온갖 물건을 파는 상점까지 야간의 이 거리에는 없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먹거리와 쇼핑보다 더 좋은 것은 대낮보다도 밝은 거리의 오색찬란한 네온빛이 이 거리를 찾는 모든 이의 마음을 황홀하게 만들어 주는 마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차없는 거리 만들기에 인색한 가운데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군사도시 의정부시는 의정부역에서 포천로터리에 이르는 1.2km 거리를 차없는 거리로 만들어서 시민들이 여가와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예술의 거리로 변모시킨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프로젝트는 불경기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제일시장’ 등 재래시장의 상권을 부활시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의 도심에 차없는 거리가 조성된다면 제주도를 방문하는 연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함께 하는 장이 됨으로써 제주문화의 진흥과 함께 자꾸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재래상권을 동시에 활성화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관광객과 지역주민이 자동차의 공포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아름다운 차없는 거리가 제주도에도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승   익 (제주대학교 연구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