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정 제주농산물 특판전 경기 고양유통센터] 갈아엎고 경비대고 서울 올려 보냈더니 ‘썰렁’
[르포-청정 제주농산물 특판전 경기 고양유통센터] 갈아엎고 경비대고 서울 올려 보냈더니 ‘썰렁’
  • 김용덕 기자
  • 승인 2007.0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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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kg 월동무 개당 100원 판매 ‘그냥 버리는 꼴’
도·농협 산지폐기 68억→경비만 8천만원 지원
밭작물 휴면직불제·수익자부담 원칙 등 검토 해야

26일 경기도 농협고양농수산물유통센터 ‘청정 제주농산물 특판전’ 현장.

버리긴 아깝고 팔긴 팔아야 하는데 제주에선 어림도 없고…. 궁여지책 내린 결과 서울에 가서 팔아보자는 취지에서 지난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현장이었다.

이곳과 서울 양재·창동점, 경기성남·수원유통센터 등 5곳의 농협유통센터를 통해 판로난을 겪고 있는 제주산 겨울채소가 대량 선보였다.

이 곳에서 월동무 1000t, 양배추 1500t, 당근 700t, 감자 700t, 브로콜리 100t 등 겨출채소류 4000t, 노지감귤 500t 등 총 4500t의 과채류가 오는 31일까지 할인 판매된다.

제주도와 농협은 이들 겨울채소와 감귤 유통비용으로 8000만원(농협 3000만원 포함)을 지원했다.

도와 농협은 이보다 먼저 1차 35억 산지폐기에 이어 2차로 월동무, 양배추 산지폐기를 위해 농협 지역발전기금 15억원을 포함, 32억43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서울 등 수도권 농협유통센터로 대량 몰린 제주산 양배추와 월동무. 이를 판매 지원하기 위해 26일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소속 도의원 7명과 제주도 친환경농업과, 농협제주본부 유통총괄팀 등 관계자들이 상경했다.

찾아간 곳은 농협 고양유통센터. 유일하게 제주산 겨울채소 야외판매가 이뤄지는 곳이었다. 도의원들은 일제히 제주농산물 특판전 홍보 어깨띠를 두르고 홍보에 나섰다.

농협제주본부측은 하루전 특판전을 열었으나 소비가 이뤄지지 않자 개당 무게가 2.5kg 이상 나가는 월동세척무 1개를 100원에 팔기로 결정, 이날 2000개를 한정 판매했다.

1인당 2개씩 파는 조건이었다. 그러자 100원짜리 동전 달랑 2개 내놓고 사가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그것도 잠시, 추운 날씨만큼 경기도 썰렁이었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농민들 피땀흘려 일궈낸 농산물을 아무리 시세가 없다고 하더라도 기본 가격인 1000원대는 돼야 하는게 아닙니까”

고양유통센터 김두흠 청과사업부장의 말이다. “우리와 사전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전 유통센터별 소비자 주요 계층과 이들이 원하는 농산물 크기와 수량, 판매가 등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

사전 조율만 있었다면 500원에도 충분히 팔수 있는데 이렇게 마구잡이식으로 할인 판매하면 그냥 버리는 꼴이 돼버려 사실상 제주농산물 이미지 다 흐려놓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양배추 3개들이 1망에 1950원, 세척당근 100g 기준 950원, 깐마늘 1950원, 세척무 개당 650원, 브로콜리 100g 290원, 감자 210원, 흙당근 90원 등에 할인판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전국적인 과잉생산으로 행사장은 현지에서 올라간 농협 관계자들의 비통한 눈길로 가득찼다.

과연 서울에 올려진 물량은 다 팔릴 것인가. 현지 유통센터 관계자는 고개를 저었다. 힘들다는 것이다.

농협고양유통센터 배남순 부사장은 “이제 소비자들은 소포장을 원한다. 웰빙시대다.

제주산 월동무가 갖는 특성이 있는가. 이 부분에 대한 홍보가 전혀 없다”고 개선을 주문했다.

이한권 제주도 친환경농업과장은 “홍보부족을 인정한다.

앞으로 제주산 월동무의 특성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즉답했다.

과잉생산에 따라 팔려고만 했지 어떻게 팔려는 가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고민이 없었다.

이날 현지 답사는 과잉생산→산지폐기 지원→소비확대운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결국 ‘퍼주기식 지원’과 ‘현안대처’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행정당국과 생산자단체의 답습행정이라는 결론이 도출됐다.

특히 ‘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농정과 농협 탓’으로만 돌리는 농가의 잘못된 인식 개선과 투기성 농업이 가장 큰 해결과제로 재확인됐다.

안동우 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위원장은 “밭작물 적정생산을 위해 휴면직불제와 자조금 조성문제를 검토하겠다”면서 “특히 자조금의 경우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라 농가들도 일정부분 출연하는 것을 전제로 신중하게 접근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어촌진흥기금의 농협지원부분을 상향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할 것임을 밝혔다.

오상현 농협제주본부 유통총괄팀장은 “이제는 행정과 농협의 할 일을 깊이 검토해야할 시기가 왔다”면서 “행정의 정책입안과 생산자단체인 농협중앙회의 유통 담당 뿐 아니라 지역농협과 조합원의 역할 문제 등 책임영농 확립과 시행을 다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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