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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뉴제주(New Jeju) 운동을 범도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우선 공직 내부에서부터 불씨를 지피기 위한 9대 특수시책을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공직 내에 뿌리 깊게 존재하고 있는 좋지 못한 관행과 행정 행태 등을 ‘적(敵)’으로 간주, 이를 발굴하여 없애는 ‘내부(조직+개인)의 적’ 퇴치 운동이다. 제주도가 우선 도청 내부로부터 퇴치해야 할 ‘내부의 적’으로 지목한 15개 항목을 살펴보면 모두가 절절히 가슴에 와 닿는 공직사회의 부조리한 단면들이다. 예컨대 ‘좋은 것’은 내가 보고하고 ‘나쁜 것’은 하급자 시키기, 도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지사의 얼굴’만 바라보는 아부형 공무원, 민원을 검토하면서 ‘안 되는 규정’부터 우선 찾기, 시책추진에는 관심이 없고 회의 및 보고자료만 챙기는 헛 부지런하기, 집단민원이 두려워 규정에도 없는 ‘의무사항’ 부과하기, 상사의 지시에 무조건적인 ‘Yes Man’ 하기, ‘아부’는 좋아하고 ‘건의’는 싫어하기 등으로, 이것들은 내부의 적일 뿐 아니라 공직자의 일이므로 ‘공공의 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이 좋지 못한 관행과 행정 행태 등은 어제오늘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수 십 년간 쌓여온 것이며, 특히 민선자치가 시행된 이후 그 도가 더욱 깊어진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부의 적을 퇴치하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어떻게 ‘적’을 퇴치해 나가느냐는 데 있다. 적을 찾아내는 일은 그 구체성의 모호함으로 인해 매우 미묘하고 어려운 문제일 뿐 아니라, 찾아내더라도 그것을 제재하는 방법론에서 벽에 부딪칠 개연성이 많다. 그래서 이 운동은 자칫 구호나 선언적 효과에 그칠 공산도 크다. 내부의 적 퇴치 운동이 실효를 거두려면 공무원들의 의식개혁이 전제돼야 한다. 과거에도 이 같은 의식개혁 운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것이 시작할 때의 거창한 다짐과는 달리 어느새 용두사미(龍頭蛇尾)처럼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것이다. 이번 내부의 적 퇴치 운동만은 과거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공직 내부의 도덕률로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