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두 잇 나우(Do it now)'
[김덕남 칼럼] '두 잇 나우(Do it now)'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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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을 지금 바로 시작하라"

여교수 '제니'는 심리학 전공이다. 그녀가 어느 날 학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만일 당신이 3일 후에 죽는다면 그 동안 무엇을 하겠는가. 세 가지씩 생각해 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중구난방(衆口難防)이었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학생들의 소망은 이외로 소박하고 평범했다.
부모에게 전화하고 여행을 같이 가고 싶다거나, 토라진 친구와 화해하고, 못 다한 공부나 독서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다는 등등 대충 평소에 생각은 하면서도 못했던 일들이었다.
그때 제니 교수는 칠판 쪽으로 다가섰다. 그리고 천천히 또박또박 큰 글씨로 써 내려갔다.
"그 일을 지금 바로 하세요(Do it now)".
죽음이 눈앞에 닥칠 때까지 일을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그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며 살라는 의미였다.
온라인 상의 TV동화 '행복한 세상'에서 차용한 이야기다.

죽음 앞에서 하고 싶은 일들

최근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도 비슷한 작업을 했었다.
은퇴를 앞둔 14명의 유명인사들을 상대로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세 가지 씩'을 물어보았다.
여기에서도 응답은 대동소이(大同小異)였다. 평소 생각은 했으면서도 실천하지 못한 일들이었다.
의사 출신인 '빌 프리스트' 전 미(美)상원 원내 대표는 "아프리카 르완다 케냐 수단 등에서 의료봉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 전문 케이블 방송의 유명 요리사 '폴라 딘'은 공부를 더 해서 검시(檢屍) 전문가가 되겠다고 했다.
88서울올림픽 육상 금메달리스트 '재키 조이너 거시'는 석사학위를 따고 어린이 전용체육관을 운영하고 싶어했다.
'쇼생크 탈출' 미저리' 등 베스트 셀러를 냈던 '스티븐 킹'은 우주여행 뒤 체험을 책으로 내고 싶다고 했다.
나머지 응답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 못했던 일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을 이루고 싶다는 열망 등을 이야기했다.

그래도 희망의 씨앗은 있다

죽음 앞에서도 희망을 엮어내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열정을 뿜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답고 건강한 삶의 이야기인가.
세상을 원망하고 증오와 저주로 삶과 시대를 마감하기보다는 희망을 가꾸며 효도와 화해와 봉사정신으로 새롭게 삶을 짜 올리고 싶다는 앞의 두 사례는 그래서 참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부끄럽게도 인용된 사례는 우리의 현실 상이 아니라는 데 더 진한 가슴속 '페이소스'로 다가서는 것이다.
나라 현실에 대한 비애감을 말함이다.
악다구니 정치판은 난장판이 된지 오래다. 경제는 파탄 나고 민생은 도탄에 빠져 죽을 판이다. 편가르기 이념으로, 극이 다른 양극화로 사회는 가리가리 찢기고 곳곳에 증오와 갈등의 독버섯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도 나라의 중심에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한 시대를 마감해야 할 대통령은 되레 퇴임 후에도 "계속 언론과 샅바싸움을 하고 개헌 반대론 자들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니 어찌 제대로운 나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국가적 리더십은 이미 실종돼 버렸고 이념적 협심증으로 인한 우파 혐오증만 독을 뿜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 같은 증오의 음습한 그늘에서도 희망의 씨앗은 움트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찍이 '스피노자'는 말하지 않았던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그렇다. 오늘은 죽음 앞에선 이들의 소박한 열망처럼 임기 말 노무현 대통령의 겸손하고 진솔한 귀거래사(歸去來辭)를 듣고 싶은 것이다. 참으로 순진한 백성들은.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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