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 신변보호 당연하나 국민 법 감정도 고려해야
법 적용 '최소' 국민 공감하는 자정노력 선행부터
대법원의 ‘사법질서보호법’(가칭) 입법 추진 움직임과 관련,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대체로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의견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9일 대법원은 전국 법원장회의를 열고 재판업무 관련자에 대한 신변보호 프로그램과 신상정보 공개 제한 등을 골자로 한 ‘사법질서보호법’의 제정을 추진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법은 법관과 법원 공무원 등 재판업무 관계자를 상대로 보복하거나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판에 불만을 품은 전 교수에 의해 저질러진 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석궁 테러는 법관들뿐아니라 국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줬다. 법정 난동이나 법관 위해 및 테러 행위는 사법부에 대한 도전 행위로 법원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아울러 법정의 질서 확보와 법관의 신변 보호를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하려는 법원의 입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민주주의의 보루인 법을 집행하는 법관들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는 상태에서 제대로운 판결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법 제정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현행 관련법 보완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나친 법원 보호주의는 또 다른 법원 권위주의를 유발시킬 우려가 높다”고 말하고 있다.
모처럼 국민 속에 다가 가려는 법원이 이번 일(테러) 때문에 보호의 장벽을 높일 경우 국민과 더 멀어지는 법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률은 법원조직법 61조(감치 등)와 형법 138조(법정 또는 국회의장 모욕), 그리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 9에 ‘보복범죄의 가중 처벌 등’ 엄한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출.퇴근길과 자택 등 법정 밖에서의 법관 위해.테러시 엄격한 처벌 규정은 없다. 하지만 현행 법정 내 감치 등 처벌 규정을 보완하고, 법정 밖 피해시 처벌 규정을 현행 관련 법에 보완하는 것 만으로도 법관의 신변 보호는 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굳이 법관과 법원 공무원만 별도의 법을 만들어 신변을 보호받겠다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도 배치된다. 더욱이 검찰 등 수사 기관 공무원들도 항상 위험을 감수하며 범인 검거 등 수사업무를 펴고 있다. 이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도 별도의 법 제정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법원이 민사소송 당사자들에게 할 말을 다 할수 있도록 하는 법정 환경부터 조성해여 한다. 형사재판에 있어서도 피해자와 피고인 들에게 충분히 진술할 수 있는 기회를 줘 법관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믿도록 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
사회 각 분야가 충격적인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을 만들어 제도화한다면 이 세상은 법으로 뒤덮이고 말 것이다. 기존의 관련법을 개정, 보완해 적용하는 게 법적 안정성은 물론 사회계도 및 국민 준법의식 고취 효과도 더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