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는 '그랑제콜'이라는 고급인재 교육기관이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고급인력을 양성한다.
그중에서 ENA는 '고위공무원' 양성학교다. 기자, 의사, 지역대표, 기업 중견경영자로 8년이상 경력자들이 입학한다. 이 학교의 교육프로그램은 50%가 '행정기법'이고 50%는 '공직자의 윤리성'이다.
교과과정의 절반가량은 현장실습인데, 그것은 주로 '고위공무원 보좌역'이다.
교과서 부지런히 달달 외워서 필기시험과 형식적인 면접을 통해 일률적으로 공무원을 뽑는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전통적으로 '철밥통' 官吏(지배자)를 선발하고, 철저히 신분보장이 되지만, 프랑스에서는 '업무능력 부족자' 혹은 '백성 여럿 잡은 도덕성 실격자'는 심사를 거쳐 해고할 수 있으며, 봉급도 능력과 목표달성 정도에 따라 20% 정도 차이가 난다고 한다.
일본 공무원도 "사장 당장 들어오라 그래!" 호통치는 官吏가 아니고, '기업과 함께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는 협력업체 관계자'같은 '서비스 전도사'이다. '규제'를 내세워 '급행료'를 챙기거나, 뒷돈을 몰래 집어줘야 인.허가를 내주는 통제자가 아니다. '무엇을 도와줄 것인가'를 생각하는 公僕일 뿐이다. 그래서 이런 나라에선 오리(汚吏)가 신문이나 방송기사에서 별로 등장하지 않는다.
후진국 공무원은 보통 기고만장 위세당당이지만. 선진국 공무원은 서비스 맨이 목표다.
한국의 관리는 막강하다. 우리나라 국가공무원법 68조(신분보장)는 "공무원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당하지 아니한다"로 돼 있다.
본래의 취지는 '정치적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공무원'의 위상정립이었으나, 지금은 공무원 '철밥통 조항'이 돼버렸다.
'45세 정년(사오정)', '56세까지 있으면 도둑(오륙도)'이 공무원사회에는 없다. 더구나 지금은 6급이하를 중심으로 한 공무원노조까지 생겨서 '갑옷'까지 입었다. 제주도내 지방자치단체 6급 공무원 부부 연봉을 합하면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정부가 요즘 공무원의 연금 혜택을 줄이는 대신 54~62세인 공무원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60세부터인 공무원연금 받는 시기를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늦추되, 퇴직 후 곧바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 정년도 함께 늘리겠다는 것이다.
보통 국민들은 국민연금에 30년 가입하면 최고로 받아야 한 달에 116만원 받는다. 공무원은 30~33년 일하고 퇴직하면 평균 월 200만원이 넘는 연금을 받는다. 공무원의 이런 특혜 연금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에도 국민 세금 8450억원이 들어갔다. 적게 넣고 많이 받기식 연금 운영방식 때문에 공무원연금은 1993년 적자로 돌아서 2002년에는 바닥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걸 개선해 보겠다고 공무원연금을 바꾸는 논의가 시작됐다. 국민연금은 진작에 연금지급 시작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늦추도록 했다. 요즘 민간 기업의 평균 퇴직연령은 52세이니 일반 국민은 13년을 연금 없이 버텨야 한다.
공무원은 잘릴 걱정 없이 정년까지 근무할 수 있는 대한민국 유일의 직업이고, 퇴직하고 나서도 보통 시민보다 훨씬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까지도 공무원에 목맨다. 제주시내 도서관엘 가보면 10명중 7명은 공무원 시험 서적과 씨름하고 있다. 별다른 기업체가 없는 제주지역에선 공무원. 교사는 '산업'이 돼버렸다. 2집 건너 한집이 공무원. 교사이다. 가히 '제주 공무원공화도'다.
제주도 전체 예산 가운데 공무원 월급으로 지출되는 돈이 30 % 가량된다. 도 교육청은 전체 예산의 70%가 교직원 봉급인 경직성 예산이다. 밥값 하는 공무원 얼마나 될는지, 봉급날엔 곰곰히 씹어볼 일이다.
임 창 준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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