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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여론분열과 지역간 주민간 갈등으로 제주사회는 지금 몸살을 앓고 있다.
해군이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도민사회에서는 찬.반으로 갈려 여론이 분열되고 있으며 군사기지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거센 군사기지 반대운동과 함께 주민간 반목과 갈등양상까지 빚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제기한 해군 측의 제주해군기지 건설계획이 이처럼 도민 여론을 분열시키고 장기간에 걸쳐 도민간 갈등과 반목만 조장한다면 이는 하루 빨리 타파하고 제거해야 할 '분열의 불씨'일 수밖에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동력으로서 지난해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 성공여부는 도민역량을 어떻게 하나로 결집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이처럼 도민화합과 하나된 힘의 결집이 필요한 중차대한 시점에 오히려 도민화합을 저해하고 도민역량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작용하는 해군기지 문제는 제주발전의 백년대계(百年大計)를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소모적 논쟁만 양산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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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통해 수 차례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도민여론 분열과 갈등과 반목만이 반대 이유는 아니다.
해군이나 국방부가 설득하려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위성이 전혀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부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 도내 신문광고를 통한 국방부장관 명의의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위성만 봐도 그렇다.
여기서 국방부는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 말은 제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제주에 군 전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힘의 논리'나 다름없다. 이 같은 '힘의 논리'는 전쟁론자들이 항용 주장하는 군비증강 이론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 우리도 핵을 가져야 된다는 것이 아닌가.
중국이나 미국 등 군사대국이나 핵 보유 국가 수준의 군비 증강을 해야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논리다.
여기서 일본도 핵을 갖고 대만도 핵을 갖고 너도나도 핵을 개발하고 군비를 증강한다면 우리도 계속 필적할 만한 군비를 증강해야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이 어떻게 평화의 자위수단이 될 것인가.
제주해군기지가 평화를 지키기 위한 자위수단이라는 논리적 모순은 여기서 출발한다.
물론 평화를 지키기 위한 노력과 최소한의 자위적 수단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이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충분 조건이나 이유는 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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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은 또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50년이 지났다. 동서 냉전의 끝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금 세계는 군비경쟁시대가 아니다. 경제전쟁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전쟁의 와중에도, 일촉즉발의 군사 냉전시대에도 아무 말 없던 제주 해군기지가 왜 지금에야 필요한가.
국방부는 해양주권과 국익보호를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국방부는 해양주권과 국익보호를 외면해 왔다는 말밖에 아니 된다.
또 지금이 군사적 자위수단을 동원할 '전쟁상황' 등 위기 국면은 아니다. 설령 그런 상황이라 해도 그렇다. 정말 그렇다면 새로운 제주해군기지 보다는 기존 해군기지를 확충 보강하여 전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급하고 실효 적이며 설득력을 가질 것이 아닌가.
또 해군 등 군사기지 찬성론자들의 경제발전 논리도 마찬가지다.
산방산과 용머리 형제섬 등 세계적 절경인 관광지에 중국이나 일본인 등 500만명 10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한해 1000억원에서 3000억원(관광객 1인 최소20000원에서 30000원 소비로 잡았을 경우)의 관광수입을 올리는 것이 경제적인가, 아니면 이곳에 해군기지를 건설하여 소비적 기지촌을 운영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가.
또 해군기지 건설로 지역주민의 삶의 터전인 어장을 빼앗기고 관광지가 황폐돼 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는다면, 전통 문화의 정체성이 파괴된다면, 이것이 진정 제주도민을 위하고 평화의 섬 제주를 평화롭게 하는 일인가.
그래서 정서적으로 평화적이지도 못하고, 군사적 실익도 모호하고, 경제발전에도 득이 안되며 지역주민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제주해군기지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