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을 상징인 ‘개바위’를 찾아 주세요.”
최근 제주산 자연석 도외 밀반출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서귀포시 대포포구 앞 개(犬) 모양의 자연석이 없어지는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대포동 주민들은 지난 17일 대포항 해녀 탈의장 앞 해안 공유수면에 있던 바위가 없어진 것을 발견, 해경에 신고했다.
이 바위는 기묘하게도 개의 형상을 하고 있어 일명 ‘개바위’라 불리며 마을을 지켜주는 상징물로 여겨져 왔다.
대포 마을지에 수록될 만큼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개가 바다에 앉은 독특한 모양때문에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도 각광을 받아왔다.
만조 시에는 개가 앉아 있는 형상이 완연하고 간조 시에는 마치 거대한 개 동상처럼 보였다.
주민들에 따르면 개바위가 없어진 시각은 이날 오전 1~2시로 추정된다. 이날 만조 시간이 오전 3시였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간조 시간대 야음을 틈타 잘라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바위는 폭 2m, 높이 1.5m 규모로 무게만 약 2~3t, 인력으로 들기는 곤란해 크레인 등 장비를 동원해 반출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는 30cm 깊이로 웅덩이가 파여 있었다.
대포어촌계장은 “전날 포크레인 작업 흔적이 보이고 바위가 기울어져 있어 의심은 갔지만 설마했다”며 “마을총회에서 개바위를 바로 세우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는데 하루 밤 새 바위가 없어져 황당하다”고 말했다.
대포마을 주민들은 마을 상징석이 사라지자 현상금을 걸고 개바위 찾기운동에 나섰다.
마을에서는 개바위가 원형 그대로 인 점에 비춰 시가로 친다면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마을을 수호하는 상징성, 관광객들에게 아낌을 받는 관광자원적 측면으로 볼때 돈으로만 평가할 수 없는 무한의 가치를 지지고 있다는게 주민들의 얘기다.
자연석인 '개바위'가 갑자기 사라졌다는 신고를 접수한 제주해양경찰서는 18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최근 자연석 채취 후 밀반출 하는 사건이 극성을 부리는 점에 비춰 육지부로 밀반출하기 위해 개바위를 훔쳐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주해경은 우선 자연석 밀반출 전과가 있는 이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벌이는 한편 각 파출소에 여객선 항로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도록 지시하는 등 용의자를 색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 무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도둑맞은 개바위 찾기운동은 도내 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경훈·진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