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五賢의 얼
[세평시평] 五賢의 얼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五賢壇과 제주성터 인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자주 놀러갔었다. 학교도 오현의 사상과 철학을 이념으로 한 고등학교를 다녀서 관심이 남달리 큰 편이다. 오늘도 이곳을 지나가다 들렸다. 이 성역에 대한 관심이 없어 그런 것인지 찾아뵙는 사람이 드물다. 옛날 울창하던 나무도 많이 없어졌으나 새롭게 비석을 세우고 옛 암석과 성터만은 여전하다. 제주성의 일부와 오현단의 핵심부분만 남았다. 모교는 이전하고 그 터엔 민가와 식당, 시장이 형성되었다.

제주시와 오현고총동창회의 노력으로 오현단에는 귤림서원 등도 복원되었다. 특히 五賢 다섯 분의 詩文과 번역문을 비석에 새겨 故人의 한 매친 ‘魂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詩를 읽으며 원통한 것은 조선조의 四色黨派로 훌륭한 선비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국력과 인재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자기의 명예와 출세를 위해 남의 잘못을 상소하는 제도가 오용되기도 했다. 왕의 결정은 진실이 아니라 세력에 의해 결정되었다. 오현도 이런 당파싸움이란 이전투구의 희생양으로 유배를 오게 되었다. 제주와 귀경길에서 죽임을 당했다. 제주유배문화를 탄생 시키는 데 일익도 했다. 죽어가면서 나라와 부모에 대한 충효를 만세에 남기셨다.

忠孝의 넋이 담긴 詩

다섯 분이 남긴 시를 보자. 대사헌을 지낸 沖菴 金淨(1486-1521)은 ‘臨絶辭’란 시에서 ‘외딴섬에 버려져 외로운 넋이 되려하니/어머님 두고 감이 천륜을 어기였네/이 세상을 만나서 나의 목숨 마쳐도/구름을 타고 가면 하늘 문에 이르러 /귤 원을 따라 떠돌고도 싶으나 /기나긴 어두운 밤 언제면 날이 세리 /빛나던 일편단심 쑥밭에 묻게 되면/당당하고 장하던 뜻 중도에서 꺾임이니/아! 천추만세에 내 슬픔을 알리라.’
좌의정을 지낸 尤菴 宋時烈(1601-1689)의 ‘海中有感‘에선 ’여든이 넘은 늙은이가/만리 푸른 물결 한가운데 왔도다/ 말 한 마디가 어찌 큰 죄랴마는/세 번이나 내 쫓겼으니 앞이 막혔구나/ 북녘대궐을 향해 /머리를 돌려보지만/ 남쪽 바다에는 계절풍만부네/귀한 옷을 내리셨던/ 옛 은혜를 생각하면/외로운 충성심에 눈물만 /흐르는 구나.

대사헌을 지낸 圭菴 宋麟壽(1487-1547)는 ‘孤忠’에서 ‘외로운 충신이라/목숨도 가벼워/ 짧은 노에 맡겼으니/잠겼다 떴다하였으리/해는 저물고 /제주 섬은 먼데/ 혼 부르는 이 마음 더 더욱 아득 하구나.’ 이 세분은 모두 제주유배를 끝으로 임금 명으로 賜死되었다.
대사헌을 지낸 桐溪 鄭蘊(1565-1641)은 제주에서 10년간 유배를 산 분이다. ‘夜吟’에서 ‘등불을 돋우며 짧은 칼을 보다가/달빛 속에 거닐며 한 밤중에 섰네 /하늘과 땅 사이 남쪽바다는 멀고/별자리북극성도 아득 하구나/작은 내 마음이 득이나 벼슬에는 욕심이 없고/어부나 나무꾼 같은 작은 소원뿐이라네/문설주에 기대어 미친 듯이 노래 불렀더니/사람들은 저 선비 교만하다 말하는 구나.

예조판서를 지낸 淸陰 金尙憲(1570-1652)이 지은 ‘毛興穴’에서 ‘쓸쓸한 옛 穴에서 찬 연기 자욱한데/세 어르신 나오신지 몇 해나 되셨을까/그 날에 자연스레 배필을 맞으시고/ 훗날에는 또 다시 신선되어 가셨다 네/향을 사르던 풍속 천추에 남고/혼인하던 옛 습속도 백세에 전 해지리/쓰러진 비 일으키며 사시던 곳 찾으려고/금강산 밖 사직단 앞을 오늘도 서성거리네. 두 분은 살아서 돌아가셨다. 여기서 옛 조상의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에 효도한 흔적이 시에 남아있다. 그리고 한 분은 어부나 나무꾼이 소원이라고 실토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우리에게 주는 유훈

이 분들이 오늘의 한국과 제주를 보면 무어라 말할 것인가? 지긋지긋한 당파싸움과 거짓말이 여전하고, 변화가 없으니 한심하다 할 것이다. 맹자는 天時가 地利만 못하고 地利가 人和만 못하다했다. 작은 나라 작은 제주가 갈기갈기 분해한 꼬락서니를 보고 무어라하겠는가. 언론에서 주장한 ‘어젠다’ ‘국정과제’의 제시를 실천하면 되는데 안 된다. 알고 지은 죄는 더 무겁다. 이기심과 고집을 비우자! ‘하나’로 뭉쳐도 부족한데 왜들 아옹다옹 하느냐이다. 잘사는 아일랜드, 핀란드의 대타협으로 ‘하나’ 됨을 배우라! 서희의 외교아카데미 세우자! 우리외교력의 부족은 통탄할 정도다. 북 핵이니, 친미니, 반미니 주의주장도 조절이 가능한 문제다. 대학의 수준이나 학문의 자유도 실현해야 할 발전의 동력이다. 총체적인 부정부패의 고리를 자르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올해는 유능한 대통령 뽑아 모두가 공존정신을 배워, 분수대로 실천하는데 지도력을 발휘하라고 할 것이다.

김   계   홍 (논설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