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도ㆍ소매시장 '야금야금'
농협, 도ㆍ소매시장 '야금야금'
  • 김용덕
  • 승인 2007.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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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로마트 무차별 지역 진출로 재래시장 '위축'

농협이 경제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연쇄점 형식의 소형 매장을 중대형인 ‘하나로마트’로 속속 지역내 오픈하면서 재래시장 위축은 물론 ‘돈’장사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이 신용사업을 통해 ‘돈 장사’하고 있다는 얘기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유통시장 전면 개방이후 농협이 국내 진출 외국계 대형마트는 물론 국내 유수의 대형할인매장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통시장에 전면 뛰어들면서 지역 농협마저 이에 뒤질세라 가세하고 있다는데 있다.

제주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지역은 이마트(제주점, 신제주점, 서귀포점)와 삼성홈플러스 서귀포점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맞서 경쟁을 벌이던 토종업체인 킹마트 서귀포점이 지난해 폐업했고 신제주 뉴월드밸리는 롯데마트에 영업권을 넘겨준 상태다.

현재 토종기업은 킹마트(일도지구, 노형)와 월마트(일도지구, 화북)가 사실상 전부인 상태에서 우리마트(기존 그랜드마트). 혜성마트, 진영마트, 런던물류, 한국물류 등이 이마트와 이른바 ‘피나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농협이 가세해 결국 재래시장과 수퍼, 구멍가게의 쇠락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협제주본부에 따르면 1992년 오픈한 제주시농협의 오라점(350평)에 이어 99년 하나로클럽(1052평)은 도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할인매장으로 자리잡았다.

비교적 중대형으로 손꼽히는 농협 하나로마트는 제주시농협의 하나로클럽과 오라점의 하나로마트, 한림 하나로마트(310평, 2004년 오픈), 함덕농협의 하나로마트(511평, 2005년 오픈), 구좌농협의 중부지점 하나로마트(334평, 2005년 오픈), 표선 하나로마트(302평, 2005년 오픈), 중문 하나로마트(467평, 2006년 오픈) 등 7개소가 300평 이상의 규모다.

200평~300평도 조천(206평), 한경(200평), 남원(290평) 하나로 마트, 서울 용인소재 양동서울사업소(220평) 등 4개다. 200평 미만은 서귀포농협과 효돈농협의 2개소가 있다.

나머지 32개소는 100평 미만의 소형 매장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하귀농협(600평)과 제주축협(260평)이 오는 5월경 오픈할 예정이다. 또 성산과 안덕농협도 하나로마트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지역농협들이 앞다퉈 하나로마트 등 매장을 개설 운영하면서 사실상 전통 재래시장은 그만큼 더 위축, 설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사실 농협 중대형매장 7개 하나로마트의 매출액은 2004년말 789억원에서 2005년말 887억원, 2006년말 1023억원으로 해마다 급신장하고 있다. 도내 전체 농협 매장으로 따지면 2004년 1259억원, 2005년 1410억원, 2006년 1544억원으로 급신장하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제주농협 하나로마트는 이마트 등과 달리 지역 농산물을 60% 가까이 취급하고 있는데다 값싸게 공급해 지역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유통업의 한 전문가는 “일본의 경우 농협조직의 하나로 알려진 JAC는 기존 매장과의 형평성을 고려, 규모 및 점포수, 매장매출액을 50% 넘지 않게 조절하고 있다”면서 “제주지역의 경우 농협이 지역마다 하나로마트를 오픈하면서 토종마트뿐 아니라 재래시장, 수퍼, 구멍가게의 쇠락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이마트와 홈플러스 등이 매장 매출을 늘리기 위해 농산물을 미끼상품화하는 등 농산물 가격을 왜곡시키고, 자체브랜드(PB)를 크게 늘려 생산자브랜드를 약화시키는 부작용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농협 하나로마트는 이 같은 대형 할인점들의 횡포를 견제하기 위해 1998년부터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 및 대형마트와 유사한 형태인 농협하나로클럽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은 유통환경 변화에 발맞춘 다는 이유로 시장 안배없이 도매사업과 세계 협동조합 역사상 유례가 없는 소매시장에 직접 뛰어듬으로써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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