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범기간 중에 또 절도 저지른 20대 고아 후원자 나타나 선처 호소 …'벌금형' 선고
누범기간에 죄를 저질러 징역형을 살아야 할 고아로 자란 20대 상습 절도범이 후원자의 간곡한 선처에 감동한 판사에 의해 벌금형으로 풀려났다. 한 겨울 추위 속 훈훈한 화제의 주인공은 절도 혐의로 구속됐다가 며칠 전 제주지법 형사 1단독 김상환 부장판사에 의해 석방된 김 모씨(25). 김 씨는 2002년 12월 서울지법에서 절도죄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2004년 7월 서울서부지법에서 또 절도죄로 징역 6월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선고가 실효된 김 씨는 모 교도소에서 형을 살다가 지난해 5월 가석방에 이어 형의 집행이 종료됐다.
그러나 김 씨는 형의 집행이 끝난지 3년 안에 금고 이상에 해당하는 죄(절도)를 저질렀다. 지난해 10월 2일 제주시 모 식당 안방에서 현금 40만원과 직불카드 1장을 훔친 그는 같은 날 훔친 직불카드로 모 금고 현금인출기에서 현금 165만원을 빼내 절취했다.
김 씨의 절도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역시 같은 날 식당 앞에 세워 둔 식당 주인의 오토바이 1대(시가 60만원)까지 훔쳤다. 그에게는 누범이기 때문에 실형 선고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건 재판관인 김 부장판사는 유사한 행위로 징역형을 산지 얼마되지 않아 또 절도죄를 저지른 그에게 엄벌을 선고하려고 했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후원자가 나타났다.
제주시내 모 식당 주인인 후원자는 이 사건 피해자와 합의하고, 관대한 선처를 재판부에 호소했다. 더구나 이 후원자는 고아인 김 씨와는 혈연관계나 이웃도 아니다. 다만, 잠시 그의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던 김 씨의 성실함을 보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며 재판부에 석방을 호소하면서 벌금(500만원)까지 자신이 납부하겠다고 나섰다.
김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김 씨의 절취행위가 일정한 도벽에서 비롯된 것이라기 보다는 고아로서 사회생활에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불만의 충동적 실현이 아니었는가 평가할 여지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 부장판사는 “어떻든 (피고인을 돕겠다는 후원자가 나선) 이례적인 사정 아래서라면 아직 나이 어린 피고인에게 다시 한번 사회의 온전을 받아가면서 열심히 살아갈 기회를 주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판단해 누범기간 중에 있는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선택한다”고 판시했다.
김 피고인과 후원자의 미담은 마치 쟌발잔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후원자는 각박한 세상에 빛과 소금이 이런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김 씨에게 새 인생을 찾게 해 준 후원자는 물론 보기드문 아름다운 판결을 한 법관 모두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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