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대통합의 전기가 될지, 아니면 분열·갈등의 골이 심화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는 듯한 형국이다. 공무원 선거개입 여부에 따른 수사와 재판과정을 보면서 갖는 느낌이다. 검찰의 진술·신문조서 증거능력이 부정되었다. 진정성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라고 한다. 도하 언론들은 전례 없는 공판검사 증인신청 등 초강수로 맞서는 국면을 전하면서 전국적 이슈화하고 있다. 언뜻 제주타임스 지면에 실렸던 ‘법관과 명판결문’이라는 제목의 칼럼에 인용한 ‘솔로몬의 판결’이 생각났다. 제주산 먹는 샘물 도외반출 판결 공방에 대하여 언급한 글이었다. 요즘 도민들은 솔로몬의 지혜와 통찰력에 의한 재판처럼 감동적인 판결을 볼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근에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기소, 혹은 봐 주기식 수사 등이 전국 곳곳에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지난 3일, 울산지방검찰청의 현대자동차 파견법위반사건에 대한 ‘혐의 없음’ 결정 발표에 따른 논란 확산이 눈에 띤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사건을 둘러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환이 늦춰지는 이유도 석연치 않은 점이다. 이미 불법임이 드러난 사건이다. 부의 세습을 위해 만연한 부정·부패 고리를 차단해야 할 검찰은 단호한 조처를 수행해야 마땅한 사안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핵심 관계자들이 소유하고 있는 유가증권 취득과정상 시기와 수량에 대해 면밀하게 조사하더라도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낼 수 있지 않을까.
도내에서는 온천사업자들의 10억 뇌물사건과 관련해 우 전지사의 무죄판결 결과가 관심을 끌었다. 유명을 달리한 분한테까지 누명을 씌운 기획자는 따로 있는데, 뇌물을 받지도 않은 사람을 기소함으로써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낳았는가. 기획자가 누구이며, 온천사업자들의 놀이터가 어디였는지 좀더 세심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검찰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을 일이었다. 기획·연출자들의 시나리오에 의해 일이 꾸며져 나가는 양태를 보노라면 고소를 금할 길이 없다.
공무원 선거개입에 대한 기소와 공판 진행 과정에도 사악한 무리들의 시나리오가 있음을 감지한다. 이에 따르면 ‘4월에 도지사 재보궐 선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0월도 아니라 ‘12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질 것’이라는 설로 한 발 물러서 있다. TV토론 준비현장 급습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안의 음흉한 기획자들은 지역사회 갈등과 분열을 획책해 온 세력들이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관련한 업무를 마무리하고 선거운동에 임하겠다는 현직 지사를 향해 TV토론에 응하라고 다그치던 무리들이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무장해 정당 사무실을 습격한 아줌마 부대를 사주한 이들이며, 지방 일간지 전단 광고, 인터넷 신문 등의 댓글 달기를 부추기는 자들이다. 검찰수사와 공판과정에 영향을 미치려 끊임없이 획책하는 모사꾼들이다.
엄밀히 말하여 이같은 행위들은 명예훼손의 범주에 들어가는 짓들이다. 그러나 도지사측은 명예훼손 고발로 맞서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도민통합을 바라는 심정을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일일이 대응하고 맞선다면, 상호 갈등과 불신·분열은 심화될 것임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선거개입 관련 사건과 관련한 인터넷 신문 기사들에 따라붙은 수천 개의 댓글을 분석해 봤다. 동일 인물이 몇 십 개씩 올리는 일은 다반사였다. 물론 도민들의 진정어린 비판 글도 더러 있다. 하지만 명예훼손으로 고발이 되었더라면 어둠의 세력들, 그들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마련이다. 정치 프락치와 모리배, 끄나풀, 갈등 조장자, 분열주의자들이 벌이는 작태가 중단될 때 도민대통합은 가능하지 않을까.
안 창 흡
(민주언론시민연합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