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권자들은 ‘노무현의 눈물’을 기억하고 있을까? 지난 대선 당시 TV에서 노무현 후보가 흘린 눈물은 선거 상황을 완전히 뒤바꾸기에 충분하였다. 당시 그의 눈물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의 눈물에는 아픈 민중들의 기대감이 서려있었으며, 고통 받고 있는 민중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그런 노무현 대통령의 인기가 요즘 죽을 쑤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내란도 도를 넘어 분당 위기로 치닫고 있다. 언론의 평가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마디로 융단폭격뿐이다. 그 폭격은 주야를 불문하고 대통령을 꼼짝달싹 못하게 하고 있으며, 대통령은 먼 허공만 바라보고 있는 꼴이 되었다. 대통령에게 용기를 내라고, 우리 모두 ‘노무현 살리기’에 나서면 안 될까?
또 노무현 대통령은 고건 전 총리를 향하여 쓴 소리를 내 뱉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21일 민주평통 자문회의에서 고건의 이름을 거명하며 ‘실패한 인사’라고 규정하고 말았으며,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과 관련해서는 전직 국방장관 등을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한겨레〉까지 ‘절제되지 않은 대통령의 언행, 민망스럽다’라는 사설을 싣기까지 했다. 덩달아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도 지난 12월 25일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 행사에 대해 반대운동을 펼친 전직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 중에 ‘독재정권 앞잡이’ ‘5?18 광주민주화 운동 진압군에 관여한 사람’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해 노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
최근 대학에는 대통령학이라는 학문이 새로 생겼다. 대통령 연구를 위한 학문이다. 대통령을 개인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로서 인식하는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고려대학교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미 최평길 연세대 교수는 『대통령학』을, 김호진 고려대 교수는『대통령과 리더십』이라는 책을 집필하여 학계에 신선함을 던져주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지금 대중은 2002년의 이슈는 잊어버리고, 2006년 이슈인 경기침체와 부동산 폭등, 공교육 파괴와 고용불안과 이념대립 등 전혀 다른 요구를 하고 있다. 북한의 핵도발과 미국의 강경책 역시 대통령의 탓이고, 수천수만 가지 사회문제가 대통령 탓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국가 원수이고 국정의 최종 책임자니까, 그런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 지금 보수 세력은 대통령을 향하려 그냥 ‘말로 조지고, 글로 조지는’ 것에 열중하고 있으며, 저녁만 되면 술집마다 ‘노무현 죽이기’로 시끄럽다. 메이저신문은 지나치다하게 악담과 저주 수준으로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과연 우리 모두 ‘노무현 죽이기’에 고개만 끄덕거려야 할까? 현 집권세력을 조금이라도 긍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안 될까?
지금까지 우리의 대통령직은 ‘실패한 대통령’을 배출한 ‘좌절의 자리’였고, 앞으로도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자리이다. 좌절과 실패의 자리로 불리는 대통령직을 ‘희망의 자리’ 나아가 ‘성공한 대통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통해 앞으로의 대통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강자끼리 타협하는 카르텔이 형성되면 거기에 부정과 반칙이 생기고 약자는 짓밟힌다고 했다. 그는 강자에겐 단호해야 하지만 약자에겐 좀 부드러워도 좋다며, 자신은 강자에게 당당하고 약자에게 부드러운 사회를 원한다고도 피력했다. 또 언론에서 때때로 억울한 비판을 많이 하므로 밖에서 말하기 전에 내부에서 먼저 시정해보자고도 했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