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에 빠진 재판부, 가부 결정 8일 공판으로
대법 판례도 달라 '솔로몬의 지혜' 짜내야 할 판
검찰-변호인 異見 불구, 선고공판 차질 없을 듯
피고인들의 검찰 피의자 진술조서에 대해 증거 능력을 인정할 것인가, 인정하지 말 것인가. 공무원 선거개입 혐의 사건 재판부의 최대 고민이다. 김태환 지사와 공무원 등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부인 제주지법 제4형사부(재판장 고충정 수석부장판사)는 4일 17차 공판을 끝으로 피고인.증인 신문 및 피고인 7명(TV토론 관련 피고인 2명 제외)을 상대로 검찰 진술조서를 확인하는 직접 심문을 마쳤다. 따라서 재판부는 이날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판 기일을 오는 8일 오후 2시로 한 차례 연기해 18차 공판에서 이 문제를 매듭짓기로 했다. 지금 재판부의 고민은 공판정에서 부인 또는 진술을 거부한 피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검찰 진술조서에 대해 형식적 진정 성립과 실질적 진정 성립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들이 검찰 진술조서에 서명·날인한 부분은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형식적 진정은 성립되고 있다. 그러나 진술조서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실질적 진정 성립 요건은 갖춰지지 않았다. 물론 형소법에는 형식적 진정 성립 만으로도 증거 인정 능력이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대체적인 판례는 형식적·실질적 진정 성립이 모두 이뤄져야 증거 능력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원진술자(이 사건 피고인)가 공판정에서 진술을 거부하거나 부인할 때 형소법 제314조를 근거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다는 주장과 없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대법원의 314조 관련 판례도 일치하지 않고 있다. 재판부의 고민도 여기에 있는 듯하다.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례를 적용해야 할지, 인정하지 않은 판례를 따라야 할지 선뜻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사실상 사법사상 초유의 이 사건 피고인들의 공판정 진술거부 또는 부인 사태에 대해 ‘솔로몬의 지혜’를 짜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국면에 놓여있다. 한편 검찰은 피고인들의 검찰 진술조서가 당연히 증거로 채택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진술조서보다 증거물에 더 혐의 입증의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에 변호인 측은 압수문건 자체가 불법으로 압수된 것이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진술을 거부하는 것이고, 아울러 검찰 진술조서도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검찰 진술조서가 증거로 채택되든, 안되든 이미 압수 문건들이 증거로 채택된 상태여서 이를 토대로 유·무죄와 양형을 적용하는 구형(1월12일) 및 선고 공판은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