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 "이제는 수출에 역량 결집할 때"
제주감귤 "이제는 수출에 역량 결집할 때"
  • 김용덕 기자
  • 승인 2007.0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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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리 감귤 주산지 가운데 최고 지역인 시칠리아의 카타니아에 자리잡은 오란프리저(ORANFRIZER). 이 곳은 오렌지와 감귤, 레몬 등 감귤류를 집중 재배, 유통시키는 집산지다. 이 곳에서 생산된 붉은 색깔의 오렌지 주스는 수입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에 지난해부터 수출의 물꼬를 틀 정도로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자랑하고 있었다.

선과장에서 연간 2만5000t의 감귤을 처리하고 오렌지주스는 1만3000t을 가공하고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이다. 년 매출액은 3000만유로. 오란프리저 관계자는 방문단 브리핑을 통해 철저한 선별과 고품질 감귤 생산, 색소를 첨가하지 않은 천연 빨간오렌지 주스 판로확대 등을 강조했다. “이곳에서는 감귤 농가에게 절대로 농약쓰지 말라”고 교육을 강화한다고 애써 강조한 이 곳 관계자의 멘트다.

한마디로 고품질 생과와 주스를 생산하기 위해 농가와 선과장 직원 모두가 공동노력함은 물론 제일 잘 나가는 확신을 갖는 회사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아래 좋은 품질의 생과와 주스를 유럽 등지에 수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등을 대상국으로 생과와 주스 수출에 전력을 쏟고 있는 오란프리저의 최고 전략은 수출다변화에 있었다.

내수는 기본. 여기에다 수출증대를 위해 생산이력제는 물론 품질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차등가격고시제, 하이레벨 추구, 철저한 생산 및 재배관리체제에 따른 가격 제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절차가 전산화된 시스템, 우선 청결/안전 등은 방문단이 배워야 할 것들이었다. 특히 오란프리저 사장이자 140ha의 감귤 농장주는 자신의 농장 생산 감귤 자체를 ‘유럽의회인증마크’까지 받을 정도로 철저한 품질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이 곳도 문제는 있다. “미국산 오렌지는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스페인산 수입이 가장 큰 관건이다” 이태리의 감귤류보다 당도가 높고 품질이 뛰어난 스페인산 생과가 수입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이제 생산시대는 끝났다. 유통시대다. 안으로의 유통에서 밖으로 눈을 돌리는 유통혁신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은 곧 수출이다. 생산만 하면 팔수 있겠지라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으론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현지를 방문한 조합장들의 말이다.

제주의 작목반식 유통구조는 구시대적이다. 현재의 농협조직과 보다 발전적 단계의 유통센터를 구축, 세계로 눈을 돌리는 유통(수출)에 눈을 터야한다는게 현지 방문의 결과다. “제주감귤 수출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지금도 사과, 포도 등 당도 높은 국내과일과의 경쟁에서도 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수출을 할 수 있겠느냐” 자조섞인 조합장의 하소연도 터져 나왔다.

그러나 안에서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 자체를 아직도 현실안주상태에서 부정할수록 제주감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스페인 아네쿠프(ANECOOP) 연합조직은 수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하는 스페인 최고의 영농조합법인이다. 이 곳은 신선한 과일 물류체계를 구축, 통조림과 주스 등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가공용(주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스페인 아네쿠프의 특징은 △다양한 제품과 물류체계 등 네트워크 구축 △회원들의 권익과 요구에 부응한 소득 향상 △유럽시장 겨냥한 유기적 연계선 확보 △행정지원등 체계적 관리시스템 구축 △계절별 시기별 수확달력을 통한 체계적 관리 △연구개발 등에 집적돼 있다. 이 곳 책임자는 “수출 안하면 죽는다. 수출국의 요구에 따라 항상 유연한 생산태도를 갖고 대응한다.

포장재 개발, 수출국 소비자 서비스 및 기호도 등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융통성을 발휘해 생산시기에 따라 년중 생산 및 수출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유연성은 아네쿠프로 하여금 전 세계 생과 및 주스시장을 35% 점유토록 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성과율은 해를 거듭할 수록 높아가고 있다는게 이 곳 관계자의 브리핑이었다. 문제는 이 곳도 과잉생산체제로 들어섰다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바로 통조림과 주스개발이었다. 경쟁력이 약한 회원은 자연도태 및 합병권유된다. 대신 아네쿠프는 회원이 할 수 없는 프로모션대행 뿐 아니라 판매증진 계획 수립, 가격결정, 수출국과의 차별성 체제 구축 등의 소프트 전략을 제공하고 있다. “연합조직을 통해 상업적 효과는 배가되고 있다. 그러나 영세하고 경쟁력이 약한 회원은 효율성 원칙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다.

처음 120개 조합에서 현재 98개로 줄었고 앞으로 60여개로 줄어들 전망이다. 수출을 위한 저장 및 공정능력이 모자란 곳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는 품종별로 뛰어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이 뒷받침하고 있다. 앞으로 스페인 감귤 생과와 주스시장은 더 다변화될 것이다” 대단한 자신감으로 무장된 이 곳 책임자의 말이다. 반면 제주는 어떤가. 내수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

수출은 지난해에 이어 올 1일 현재 캐나다 665t을 비롯 러시아 1210t, 인도네시아 138t, 싱가폴 107t, 홍콩 72t, 말레이시아 67t, 일본 19t 등 전년동기(3101t) 대비 742t 줄어든 2359t에 불과하다. 이는 역설적으로 수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도가 낮은데다 제주감귤주스를 선호하는 소비자 계층이 얇은게 가장 큰 단점으로 작용,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냐가 관건이다.

이를 해결하는데 제주농협뿐 아니라 정책입안자인 제주도와 의회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제주감귤은 조선조 최고의 진상품이었다. 그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판매역사는 반세기에 불과하다. 이제 내수에 집중하는 안목에서 벗어나 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할 때다. 그것은 수출선 확보에 있다. 과거의 관습농업에서 탈피하는 것은 기본이다.

보다 더 나은 감귤을 생산하려는 농가들의 뼈아픈 경험과 이를 바탕으로 한 고품질의 감귤생산만이 수출의 물꼬를 틀 수 있다. 이번 방문단 가운데는 스페인 한 감귤농장에서 15˚Bx 감귤나뭇가지를 꺾어 제주로 들여오는데 성공했다. 이를 고접, 현지 스페인 감귤과 같은 당도의 품종생산에 성공할 경우 이는 ‘현대판 문익점’이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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