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조손(祖孫)가정
[세평시평] 조손(祖孫)가정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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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손가정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조손가정이란 손자 · 손녀들이 친가 또는 외가의 할아버지 ·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정을 말한다. 조부모 가정이라고도 부르는 조손가정은 손자 · 손녀의 부모가 사망하거나 이혼 · 가출, 그리고 사업의 실패와 실업(失業)등으로 인한 빈곤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1995년 조손가정은 전국적으로 3만5천194가구에 12만 명이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 10여년 사이에, 5만8천101가구 19만6천76명으로 늘어나 무려 65%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 제주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조손가정이 발생하는 원인은 아이들 부모의 이혼(43%)이 가장 많고, 다음이 경제난(16.8%)과 실직(6%)등의 순이다.

이들 조손가정은 거의 모두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 설령 조부모가 중산층이라 할지라도 노후자금을 손자 · 손녀들의 양육비로 쓰다보면 본의 아니게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집안이 빈한(貧寒)한 것도 한탄스러운 일이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부모의 사랑에 목마른 어린이들이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빠져들지 않을까하는 우려이다. 대부분의 비행청소년이 결손(缺損)가정에 그 이유가 있다는 통계가 이를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할머니 ·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자기 스스로가 굳센 마음을 지녀야 한다. 비록 어린 나이여서 사리구별이 어렵겠지마는, 그런대로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길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한다. 조부모님과 늘 대화를 하고, 동네 어른들과도 인사를 나누며 조언을 들어야 한다. 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는 이런 저런 생각하지 말고, 오로지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며 공부에만 열심히 하는 것이다.

조손가정이 있는 주위에서 따뜻이 돌봐주는 일도 매우 바람직하다. 편견을 버리고 이들을 마치 자신의 자녀처럼 극진히 보살핀다면 금상첨화일 터이다. 아이들은 가까운 어른들의 언행을 보면서 배우고 성장하는 까닭에, 이웃에서 정성이 담긴 도움과 애정 어린 말을 한마디 해주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힘이 되는 것이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이들 가정을 후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최저 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조부모가 대신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위한 대책은 너무도 부족하다. 더욱이 이들 (외)조부모의 자녀 즉, 아이들의 삼촌이나 고모 · 이모가 직장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이른바 ‘자식에게 수입이 있다’는 것을 구실로, 할아버지 · 할머니에게 기초생활수급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당국의 협조를 받아 ‘조손가정의 아동과 조부모를 위한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단체가 있다. 서귀포가정폭력상담소(소장 : 이선옥)가 그 주인공이다. 이 상담소는 2006년 2월부터 11월까지 열 달 동안 서귀포 시내 저소득층 조손가정 10세대를 중심으로, 해당 어린이와 조부모를 위한 프로그램을 시행하였다.

어린이들에게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과 미술치료 등을 통해 사회성과 학습능력을 향상시켰고, 조부모들에게는 노래교실 · 온천욕 · 집단상담 등으로 상실감과 분노 · 스트레스 등을 해소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하였다. 또 이의 지속적인 효과를 위해 결연사업도 추진하였다. 이에 따른 구체적인 성과는 점차 현실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새해에는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이고, 각급 사회단체와 주변에서 이들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었으면 한다.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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