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칼럼] 아름다운 세상, 살 맛 나는 사회
[김경호 칼럼] 아름다운 세상, 살 맛 나는 사회
  • 제주타임스
  • 승인 2007.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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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세상살이가 어렵다고 한다. 사회가 살벌하고 비정하다고도 말한다. 살맛이 없다, 살고 싶지 않다는 얘기도 주위에서 들린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세상이요, 한번쯤 살아 볼만한 곳이 더불어 사는 우리들의 사회다.

아름다운 일, 살맛을 느끼게 하는 일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거니와 옛날부터도 있어 왔다
젊은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던 홍 기섭(洪 夔燮)도 세상을 아름답게, 살 맛나게 살다 간 그 많은 옛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쌀이 떨어져 몇 일간 불기가 식었던 그의 부엌 솥 속에서 어느 날 아침 엽전 일곱 냥이 발견되었다. 쌀이 두어 섬, 땔나무 두어 바리 값의 큰돈이다. 식구들은 하늘이 내린 복 돈이라며 어서 쌀을 사다 배를 불리자고 했지만 홍 기섭은 그게 아니었다. 돈 잃은 사람을 찾는 광고문을 대문에 내 걸고 기다렸다.

찾아 온 것은 유가(劉哥)였고,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돈을 잃어버릴 데가 없어서 하필 남의 집 솥 속에서 잃겠는가. 이는 필시 하늘이 귀댁의 청렴에 감복, 복 돈을 내린 것이 분명하니 끼니라도 잇는 게 좋겠다"는 권유였다. 그러나 홍 기섭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며 도리어 돈 임자를 찾아 달라는 당부였다.

유가는 어느 시대에나 있는 전문 절도범이었다. 그 날도 홍 기섭의 부엌에서 솥을 훔치려다가 청렴성에 놀라 도리어 갖고 있던 돈 일곱 냥을 솥 속에 두고 온 것이었다. 유가는 홍씨의 사람됨을 본 받고 크게 깨달아 착한 사람이 되었고, 홍 기섭은 판서에까지 올랐다. 어디 그뿐인가. 홍 기섭의 아들 재룡(在龍)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에 훗날 부마가 되었다. 참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살다간 사람들이다.

홍 기섭 시대가 아니라 지금도 세상은 아름답고, 사회는 살 맛 나는 일들이 많다. 옥탑방 할머니로 잘 알려진 80대의 김 춘희씨도 세상을 아름답게, 보람있게 살고 있는 할머니다. 할머니는 국민기초생활보호 수급 권 자이지만 2005년에는 전 재산인 전세금 1500만원을 사회에 내 놓았다. 이어서 지난 연말에는 불우 이웃 돕기에 쓰라고 300만원을 공동 모금 회에 기부했다. 정부의 생계지원금 월 35만원을 절약해서 모은 돈이다.

92세 아버지를 '지게 의자'에 지고 금강산을 구경시킨 효자의 얘기도 감동적이다. 마흔 살을 넘긴 이군익씨가 그랬다고 한다. 이씨의 효성을 가상히 여긴 중국 교포는 그를 초청했고, 그 덕분으로 이씨는 역시 '지게 의자'에 아버지를 지고 공자묘가 있는 태산을 구경시켜 드릴 수가 있었다고 한다.

세상을 살 맛 나게 만드는 것은 이들뿐이 아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남을 돕기 위한 행렬이 냇물을 이룬다. 구세군 자선냄비에도, 공동 모금 회에도, 고아원-노인보호 시설에도, 또 홀로 사는 노인들의 집에도 따뜻한 정성들이 감싸고 있다. 특히 장애 우들까지 남 돕기에 나서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더욱 아름다움을 느낀다.
남을 돕는 데는 많게 가진 자, 적게 가진 자 구별이 없다.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1000원,10000원이 모여 훈훈한 바람을 불게 한다.

개인뿐이 아니다. 각종 단체에서도 이웃돕기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 신문들은 이러한 선행들로 매일 한 면을 가득 메우고도 남는다.
지난 날 우리가 못살던 시절 좀도리 절약이라는 것이 있었다. 매 끼마다 쌀 한 수깔을 좀도리에 저축해 두었다가 흉년을 극복하는 정신이다. 바로 이 정신이 영세민들로 하여금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미풍을 키웠고, 오늘 날 새마을금고의 원천이 되었다.

해마다 연말 연시가 되면 새마을금고가 십시일반의 정신을 살려 좀도리 운동으로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세상을 밝게 하는 일례다. 제주도내에서 만도 지난 몇 년 사이 좀도리 운동으로 4억9000여만 원의 성금을 모아 기탁했다니 서민이 서민을 위한 그 마음 갸륵하다.
세상을 부처님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부처 같고, 돼지 눈으로 보면 모두가 돼지 같다는 얘기가 있다고 한다.

올해부터라도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눈과 인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건전한 눈과 건전한 사고라면 그렇게 됨직도 하다. 실제로 이 세상에는 아름다운 일, 재미있는 일, 살 맛 나는 일들이 그렇지 않은 일보다 몇 배 더 많기 때문이다. 만약 좋은 일만을 보도하는 선행(善行) 전문 신문이 있다면 지면을 아무리 늘려도 이 세상의 아름답고 살맛 나는 일들을 모두 싣지 못할 것이다. 그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 우리가 사는 사회는 살맛 나고 아름답다.

김   경   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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