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굴도 알지 못하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외가에서 자란 신미라(15)․미순(14)․미희(12) 세자매의 새해 소망이다.
용담동 세칭 ‘먹돌새기’ 외가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 세자매. 기자가 만난 세자매는 요즘 여느 또래들과 전혀 다름없는 꿈꾸는 소녀들이었다.
“왜 취재해요, 무엇때문에요, 사진은 찍지 마세요”
그래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동안 소녀들은 자신들만의 꿈을 새록새록 털어놨다.
첫째인 미라는 요리사, 둘째 미순이는 가수, 셋째 미희는 간호사가 꿈이란다.
돼지띠인 미희는 통통한 모습이 마치 황금돼지처럼 복스럽다. 소원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할머니 병이 나으면 좋겠어요” 그게 다였다. 그 뿐이냐고 묻자 “새해는 모두 잘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둘째 미순이는 끼가 풍부했다. 가장 갖고 싶은 게 ‘핸드폰’이라고 주저없이 답하는 미순이는 영락없는 요즘 중학생 소녀였다. 미라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모든 사람들이 맛나게 먹으면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어느 한 구석을 뒤져봐도 엄마, 아빠 없는 우울한 그늘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세자매. 이들의 밝고 환한 웃음이 벌써 새해 황금돼지통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세자매 부모는 장사를 하다 크게 망해 아빠가 가출한 뒤 빚독촉에 힘들어하던 엄마마저 1995년 미라가 4살되던 해에 가출, 친가에 맡겨졌다. 그러나 아빠가 이복할머니의 아들이라는 친가의 냉대속에 결국 외가에 맡겨져 지금까지 외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지극정성으로 예쁘고 착하게 자랐다.
세자매의 초롱한 맑은 눈망울, 그 속에 세상이 담겨져 있었다.
“요즘 어른들은 아이들 말을 너무 무시해요, 우리들의 의견을 들어줬으면 좋겠어요”
미라가 꼬집은 요즘 어른들의 세태. 그 속에 자신들을 버리고 간 부모에 대한 야속함이 베어있었다.
깨지는 가정, 쫓겨나는 직장, 버림받는 소년소녀, 노숙자 등 경기침체에 따른 아픔이 세상 곳곳에 밀알처럼 뿌려져 있는 세상의 각박한 현실을 세자매의 눈에는 어떻게 투영되고 있을까.
“돈 많이 벌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걱정도 없고…”
돈 걱정없는 하늘아래서 모두가 화목하기를 바라는 세자매의 꾸밈없는 소원은 사실 이 땅위에 살고 있는 모든 이들의 소원이기도 하다.
“전혀 불행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세자매의 밝고 활기찬 성격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엄마와 같은 내리사랑이 만든 환경이었다.
세자매가 말한 ‘불행없는 화목’, 이는 새해의 모습, 새해의 화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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