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유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라면 1개 외국어 구사는 기본 아닌가요?" 혼자 책상머리에 앉아 얘기할 때는 술술 나오던 영어가 실전에서는 머릿속이 백지장이 돼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막상 길을 가다 외국인을 만나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이 아무짝에도 쓸 모 없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경우...많은 이들이 이런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한국식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라면 말이다. 한국인의 대표적 영어병이다. 이러한 한국인 영어의 문제점을 진단하여 상황별 훈련을 통해 실전과 같은 효과를 얻는 영어 모임이 있어 화제다.
제주외국어클럽(회장 강승훈)이 그 주인공. 제주도내 직장인들과 대학생들이 모여 국제자유도시의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인 외국어 정복을 위해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한마디한마디 배워가고 있다. 클럽은 인터넷을 통해 결성된 모임이다. 클럽에서의 외국어는 공부가 아니라 즐기는 놀이와 비슷하다. 즐겁게 일주일을 영어와 함께 보내는 동안 자신도 모르게 영어가 익숙해 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난 2002년 8월27일 인터넷 다음(Daum) 카페에서 제주외국어클럽이라는 모임이 첫 결성된 후 차츰차츰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시 시작, 지금은 회원수만 1970여명에 이른다. 카페를 개설하게 된 계기도 당차다. 다름아닌 '국제자유도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제주도 외국어 인프라 구축'. 올해 창립 4주년을 맞은 제주외국어클럽의 회원 대부분은 20대 중반에서 30대후반이다.
최고 연장자는 59세로 대부분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자발적으로 회원에 가입한 경우다. 특히 제주도내 중.고등학교 원어민 강사와 외국어학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외국인 강사 등 20여명의 외국인도 이 클럽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온라인 모임이지만 이들의 외국어(영어.중국어.일어) 공부는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온라인은 서로간의 정보를 공유하고 학습노하우를 알려주는 장소로만 활용될 뿐 스터디는 제주외국어학습센터와 지니어스어학원에서 이뤄진다.
다양한 강의 방식 운용 …프리토킹은 기본 메뉴
스터디는 매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과 토요일 오후 4시부터는 지니어스어학원에서 일요일 오후 2시부터는 외국어학습센터에서 마련된다.
물론 스터디 참가는 무료다. 스터디는 말 그대로 회원 가운데 외국어 실력이 뛰어난 회원이 강사로 참여하는 강의 외에도 다양하다.
특히 흥미를 잃기 쉬운 틀에 박힌 듯한 강의가 아니라 팝송을 부르며 익히거나 회원들간 매주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고 자료를 준비 하는 방식의 프리토킹 등 자신이 참여하고 싶은 스터디에 참여하면 된다. 이처럼 자율적으로 이뤄지면서 외국어 공부가 지루하다는 말은 이들에게서는 들어볼 수 없다.
초급회화반의 윤정희씨(28)는 "실력파 회원들이 많이 가입하고 클럽이 활발하게 운영되는 등 클럽이 발전돼가고 있어 흐뭇하다"며 자비와 시간을 들여 봉사하는 운영진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외국어학습센터를 이용하다 클럽에 가입한 김제호씨(53.중급회화반)는 "외국어 공부를 하는 회원들의 열기가 너무 뜨겁고 대부분의 회원들이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어 클럽 가입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클럽회원들의 고민이 있다. 스터디를 운영할 수 있는 고정적인 장소가 없다는 것이다.
외국어학습센터는 2006년을 마지막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된 것.
도교육청으로부터 최근 원어민 보조교사를 각 강의실에 배정하게 됨에 따라 개인 사무실을 개방하는 데 대해 원어민 보조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고 2007년도에는 원어민 보조교사수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 강의실을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은 것.
강승훈 회장은 "2007년 부터는 삼육외국어학원과 동려야간학교의 배려로 간신히 스터디를 계속할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강의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아쉬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렇지 않아도 많은 회원들이 장소가 협소해 스터디를 하러 왔다 발길을 돌려서 가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라며 "장소만 확보된다면 보다 더 안정적으로 외국어 공부가 이뤄질 것"이라며 제주도교육당국의 관심과 배려를 바랐다.
한편 외국어클럽은 2007년 한해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무료강의와 함께 불우 청소년들을 위한 외국어 강의,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강의 등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