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 ‘메세나 운동’을 위하여
[문화시평] ‘메세나 운동’을 위하여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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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나눔의 정’을 베풀기 위한 대기업의 ‘메세나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삼성, LG, 현대차, SK 등 주요 그룹들은 연간 3000여건에 달하는 메세나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계와 소통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메세나 사업을 통해 기업 이미지 개선과 브랜드 가치 제고에도 주력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메세나) 규모는 4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집계를 보면 국내 500대 기업 중 298개 기업이 지난해 문화예술 지원을 한 실적은 총 2816건에 1800억6000만원(2004년 대비 5.3% 증가)을 지원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10% 정도 증가한 300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전년도의 최고치를 뛰어넘는 규모로 기업들의 문화예술 지원액은 지난 2003년 이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과 기업의 만남

이러한 보도를 접하면서 제주에서는 이 같은 메세나 운동이 언제쯤 본격적으로 불 타 오를지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수년 전 도내에서도 기업 메세나 운동 확산을 위한 움직임이 있어 왔지만 말이 ‘확산’이지 미미한 운동에 그치고 말았다. 예컨대,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의 ‘제주지역 작품 사주기’나 ‘기업 메세나 운동 모색전’ 같은 것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한 때의 미풍처럼 그냥 스치고 지나갔고, 그 이후 메세나 운동은 다시 고개를 들지 않고 있다.
기업 메세나 운동이란 한마디로 문화예술과 기업의 만남이다. 사실 돈과 예술, 경제와 문화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는 관계라 생각할 지 몰라도 이들간의 공생(共生)의 역사는 매우 오래다. 인류 문화사에 있어서 경제가 번창했던 시기에는 반드시 문화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 왔음이 이를 잘 설명해 준다.
메세나는 고대 로마시대의 시성(詩聖) 웰리기우스를 비롯한 여러 문인들을 후원했던 메세나스(Maecenas, B.C 70~8)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원래는 예술 문화 과학 등에 대한 보호·원조를 의미했으나, 오늘날에는 주로 문화예술을 지원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는 기업활동을 말한다.
기업 메세나란 용어는 미국의 예술지원기업위원회(BCA)와 영국의 예술지원기업위원회(ABSA) 등이 각각 1967년과 1976년에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하였다. 미국의 카네기 홀, 록펠러 재단 등은 대표적인 메세나 활동이다.
그렇다면 제주지역에서의 기업 메세나 운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 동안 문화계 일각에서 이 운동의 필요성이 언급되기는 했으나 실천으로 옮겨진 예는 거의 없다. 특히 제주에서 기업 메세나 운동에 기대를 걸지 못하는 이유는 지속적 지원을 담보해줄 기업체가 드물고, 메세나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은 메세나 운동의 취지를 널리 알리면서 기업의 참여 분위기를 확산해 나가야 하리라 본다.

경제-문화의 전략적 제휴

최근 메세나와 관련해 논의되고 있는 것이 경제와 문화의 전략적 제휴다. 즉 기업은 메세나 활동을 소비자와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으로 활용하고, 문화계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역할을 담당해 양자 모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지역의 기업 메세나 운동도 이 같은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오늘날의 기업과 예술은 동반자일 뿐 아니라 공동 생산자 관계라 할 수 있다. 또 기업이 문화산업에 직접 뛰어들 것이 아니라면 메세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마케팅은 그 어떤 마케팅 전략보다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기업에 인식시킨다면 메세나 운동은 보다 효과적으로 펼쳐질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기업 메세나를 통해 기업이 예술을 돕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예술의 힘을 빌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보다 확실히 한다는 점이다.

김   원   민
논설위원/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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