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감귤유통명령제는 정부가 발령하겠다고 한 것이 아니다. 농협과 감협 등 생산자단체가 적극 청원, 농림부가 발동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유통명령을 잘 지키고 오히려 단속해야 할 입장에 있는 생산자단체가 이를 어긴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야말로 주객(主客)이 전도(顚倒)돼도 이만 저만이 아니요, 생선가게를 도둑고양이에게 맡긴 격이 아닌가.
실정이 그렇다. 농협과 감협 등 생산자단체들은 지난 10월 올해에도 3년 연속 고품질 상품성 있는 감귤만 유통시킴으로써 가격지지를 통한 감귤 소득 증대를 위해 감귤유통명령제를 적극 추진하도록 요청함에 따라 제주도가 어렵사리 농림부에 건의, 지난 10월 중순부터 유통명령제를 발동시켰다.
그러나 이들 생산자단체들이 도리어 유통명령을 어긴 채 비상품 감귤을 출하하려다 단속반에 적발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10월 감귤유통명령제가 발효된 이후 12월 20일까지 비상품 감귤 유통 등으로 단속된 건수는 모두 302건으로 상인 등 감귤유통인에 의한 것이 248건, 농협 및 감협 등 생산자단체가 47건, 영농법인 7건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생산자단체는 비상품 감귤 출하 및 유통을 자제함은 물론 비상품 유통행위를 적극 단속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도 47건이나 적발된 것은 큰 문제다.
이 때문에 생산자단체가 스스로 감귤유통명령제를 문란 시키고 제주감귤 전체의 가격지지나 감귤 이미지 제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비상품 감귤을 유통시키는 이유는 두 말할 것도 없이 수입을 더 많이 올리려는 욕심 때문이다.
제주도 등 관계당국은 감귤유통명령제를 보다 엄격히 적용하고, 특히 생산자단체의 위반행위에는 일반인보다 더 엄한 제재를 가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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