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로 전이하는 격동의 근대화과정을 체험한 세대이다. 앞만 보며 부지런히 달려온 세대, 등사판에 철필도 써 봤고, 어눌한 손놀림이지만 컴퓨터도 다룰 줄 안다. 신?구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세대이다. 유년시절 궁박한 농경시대를 보내고, 청소년시절 자취생활을 하며 고등학교를 마쳤다. 요즘처럼 부모가 자가용으로 자식을 등곀歐낸쳔?줄을 예상이나 했겠는가. 내가 못했으니 자식이라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좋은 학교에 보내야겠다는 동양적 고슴도치사랑은 이 땅의 관습과 문화에 찌든 기성세대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굳세게 살아온 인고의 세월에 지명(知命)을 훌쩍 넘어서버린 50대, 신록을 털어낸 만추의 스산함에 떨고 서있는 낙엽수와도 같은 존재는 아닐까. 혼잡한 상념에 오늘이 가려진 지난날의 관념들을 사유한들 과거는 한갓 푸념으로 삭여야 될 편린의 조각이 아니겠는가. 과거보다는 현실에 집적대며, 미래만을 추구하는 오늘의 세태에 이 시대의 밑바탕을 만들었다는 나의 독백은 침묵의 공간속으로 사라진다. 어느 전문가는 말한다. “현재의 50대는 신세대의 시작이며 구세대의 끝에 있는 어정쩡한 YO(Young-Old)세대” 또 “이들이 오늘날 한국의 밑바탕을 만들었지만 고생한 만큼 존경받지도 못하고 되레 자기세대가 부정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옳은 말이다. 자기세대가 부정되는 가치관의 충돌에 자신의 가련함을 느끼는 사람은 어디 나 혼자뿐일까. 어정쩡한 세대로 불려지는 이 시대 50대의 위상은 어떤가. 전문가가 말하는 현실은 이렇다. “50대라는 나이 자체가 살아 온 인생을 돌아보며 정신적으로 허무함을 느끼고 우울증도 많은 연령 대이다.그렇지만, 현 50대는 산업화의 열매를 가장 많이 가진 세대로, 이익집단으로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첫 고령층이 될 것”이라고. 그래, 50대는 산업화 과정에서 축적한 자산과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장래에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첫 고령층이라는 자부심도 가질 수도 있다. 오늘의 현실에 허무를 느낄지는 몰라도 뉴 실버시대로 가는 길에 허무란 없다. 진보적 가치관에 쉽게 동의하지 못하고, 도덕이라고 믿는 사회적 통념과 안전에 안주하는 50대. 이제, 기존 사고방식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가치기준을 설정하여 행동하자. “신세대의 시작이며, 구세대의 끝에 있는 어정쩡한 YO(Young-Old)세대”는 기로에 서 있다. 어떻게 YO와 New-Silver로 50대 이후의 삶을 탄력적으로 이끌어 갈 것인가. 관성(慣性)과 빈 둥지 증후군, 국내용 아날로그라는 한계에 머물며 의기소침할 것인가. 50대에게는 부여된 사회적 책무가 있으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할 과제가 있다. 과제의 선택은 자신에 달려있으며, 연륜(年輪)이 투영되는 앞날의 설계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후의 행복스런 삶은 자신의 선택한 과제와 실천의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문 익 순 (도공보관실 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