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가는 폭력의 그림자 아래 놓여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개별 국가는 생존을 위해 물리적 힘의 사용여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전쟁은 언제든 발발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으며 나폴레옹의 패배 이후 수 백년 동안의 전쟁은 국가간의 아니라 국내에서 일어났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 질서의 확립, 국가 내 정의를 위해 행해지는 투쟁들이 위협적이고 유혈적이며 국제적, 국내적 접촉은 갈등을 발생하고 폭력의 문제를 야기한다. 정당한 권력을 가진 효과적인 정부는 정당한 무력행사에 대한 독점권을 가지므로 국내체계에서는 자구적 체계가 필요 없지만 국제체계는 자조적 체계로서 자기보호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국가간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반적인 도덕률을 뛰어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스위스나 북구의 스웨덴 같은 나라들은 중립적이지만 강력한 무력을 기반으로 중립적이고 평화적인 정책을 추구한다. 그들은 과거의 역사적 교훈에서 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실감했으며 무력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평화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을 것이다.
한 체계가 공식적으로 조직화되어 있는 한 그 구성단위들은 정체성과 안보유지가 된다. 동맹체제라는 상호의존관계 밖에 존재하는 것은 고비용을 지불해야함을 뜻한다. 한미동맹에서 만일 우리나라가 벗어난다면 엄청난 군비를 증강하여 안보에 대한 부담을 감당하여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국내구조와 국제구조의 차이점은 수립목적과 달성방법의 차이에서 찾을 수 있는데 무정부체계인 국제적인 수준에서의 단위들인 개별국가들은 동시행동을 취하고 국내적인 위계체계에서는 다른 단위들이 상호작용을 한다. 무정부체계에서 그 단위들이 기능적으로 유사하며 유사성이 지속되어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서로 하게된다. 그 결과로 서로 군비를 증강하는데 근래에 동북아의 군비는 계속 증강하는 추세다. 영국에 있는 국제전략연구소(國際戰略硏究所, 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에서 발행하는 각국의 군사력과 국방지출을 분석한 연차보고서 ‘군사력 균형 (Military Balance)’을 보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한마저 군비를 2004년도 55억 달러에서 2005년도에는 60억 달러로 증강하였다. 일본은 2004년도에 451억달러에서 2005년도에는 447달러를 사용했으며 중국은 2004년도에 625억달러에서 2005년도에 800억달러를 사용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도에 163억달러에서 2005년도에는 207억달러로 증강하였다. 우리나라의 군비도 큰 폭으로 증강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하여 보면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국가는 철저히 이익을 추구하며 적절한 힘이 없는 평화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이상주의일 수 있다. 어느 외교관이 다른 나라외교관들이 처음에는 눈을 들여다보면서 대화를 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결국 자신의 어깨 너머에 있는 군사력을 보면서 대화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는 냉엄한 국제현실을 함축하여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쟁점이 되고 있는 해군기지에 대한 국방부가 제주도로 보낸 답변서에서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 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며 제주도민 동의하에 추진할 것이며 지역경제와 제주도 발전을 위해 유익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국가안보를 위해서 필수적이라는 대의명분에는 저항할만한 주장이 존재하기 힘들다. 국가는 심지어 상품 및 서비스의 교환을 통한 다른 나라에 대한 종속마저도 우려하므로 안보의 종속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냉엄한 국제적인 자조적 체계 하에서는 안보에 대한 고려 때문에 경제적 이익을 정치적 이익에 복종시키지 않을 수 없으며 안보를 위한 자원의 소비는 모든 나라에게 비생산적인 것이나 불가피한 것이다. 막무가내로 국민의 의견을 무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해서도 안되겠지만 안보를 위해서 필수적이라면 가능한 수용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손자가 말했다.
‘군사력은 나라의 중요한 일이다. 사람들의 생사가 달린 일이며 나라의 존속과 패망이 달려 있으니 살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