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상대국 분석 1 - 사우디아라비아
‘중동의 왕자’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는 한국과 함께 D조 1위를 놓고 다툴 것으로 보인다. FIFA랭킹서 64위에 랭크, 아시아서 7번째에 머무르며 과거의 영광이 다소 퇴색한 점이 없지 않다. 이는 최근 국제 메이저 대회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 지난 94년 미국월드컵에 처녀 출전해 16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한 사우디는 이후 3차례 월드컵서 모두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단 1승(2무7패)도 챙기지 못했다. 지난 02년 한일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서는 충격적인 0-8 대패를 당하기도 했다. 아시안컵서도 다르지 않았다. 지난 84년부터 2000년까지 5차례 동안 모두 결승에 올라 우승 3회와 준우승 2회를 거뒀다. 하지만 지난 04년 중국대회서는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등에 연패하는 등 조별리그 최하위의 수모를 겪었다. 하지만 사우디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기는 이르다. 쇠락하는 듯 보여도 엄연한 중동의 강호다. 특히 사우디는 한국의 천적으로 유명하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역대 전적 3승3무5패로 열세에 놓여 있다. 지난 89년 이탈리아월드컵 예선서 황선홍과 황보 관의 연속골로 2-0으로 꺾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더구나 최근 3연패를 당할 정도로 껄끄러운 상대다. 사우디는 지난 독일월드컵 이후 11월 15일 일본과의 아시안컵 예선 최종전서 패하기 전까지 파죽의 7연승 행진을 했다. 25득점 5실점으로 두꺼운 창과 방패를 과시했다. 골키퍼 마브루크 자이드는 94미국월드컵 멤버 모하메드 알 데야를 이어 최강의 거미손을 자랑하며, 지난 해 AFC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 하마드 알 몬타샤리가 주축이 된 그물망 수비도 일품이다. 야세르 알 카타니와 모하마드 알 샬후브, 살레 바시르 등으로 구성된 공격진도 유기적인 움직임과 높은 골결정력을 과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알 카타니와 알 샬후브은 한국의 경계 대상 1호다. 두 선수는 이번 아시안컵 예선서 각 4골씩을 터뜨리며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했다. 알 카타니는 지난 해 3월 독일월드컵 최종 예선서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드리블로 유상철이 지키는 수비진을 초토화시켰다. 1골 1도움으로 완벽한 기량에 한국 선수들은 혀를 내둘렀고 이렇다 할 반격도 못한 채 완패했다. 알 샬후브는 사우디 중원의 핵심 선수다. 공수 연결 능력이 뛰어난데다 전방으로 찔러주는 킬패스와 강력한 중거리 슈팅 능력을 지녔다. 미드필더면서도 팀 내 최다 골기록을 낼 정도로 득점력도 우수하다. 감독을 ‘파리 목숨’으로 간주하는 사우디의 현 사령탑은 마르코스 파케타 감독이다. 지난 1월 부임한 파케타 감독은 독일월드컵서 1무2패로 최하위를 기록했으나 연임에 성공했다. 지휘봉을 잡은 지 얼마 안 된데다 지도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파케타 감독은 지난 해 브라질을 이끌고 17세이하 청소년월드컵 우승을 견인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월드컵서도 튀니지에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을 내줬고 스페인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는 등, 뛰어난 전술 구사 능력을 선보였다. 한국은 사우디와 내년 7월 11일 8강 진출의 분수령이 될 조별리그 첫 경기를 갖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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