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의욕 드높았지만 성과는 '글쎄'
의원 의욕 드높았지만 성과는 '글쎄'
  • 임창준
  • 승인 2006.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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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지난 11월20부터 12월20일까지 첫 정례회를 열어 예산안 심사와 도정질의를 폈다. 의회의 실력을 처음 드러낸 무대여서 공직계는 물론 도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의회 운영과정에서 적지 않는 문제점들이 노출돼 개선 노력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갓 출범한, 그래서 의욕에 찬 의원들 개개인의 목소리는 높았지만, 의회 목소리는 빈약해보였다. 의원들이 이젠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신속하게 변모해야 할 때가 되고 있다.
◆예산심의 문제= 행정자치위원회 등 6개 상임위가 해당 실.국 및 교육청의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상당수 의원들이 예산안 심사와 별 관계가 없는 질의를 펼쳐 도정질의장인지, 아니면 감사장인지 분간을 못할 정도였다. 첫 예산안을 심의하면서 의원들이 엉뚱한 항목을 끄집어내 당해 예산과의 억지로 상관관계를 들추는 등으로 집행부를 몰아세우기도 했다. 예산을 잘 아는 공무원들에겐 웃음거리였다.
각 상임위에서 심의를 끝낸 예산안을 최종 심의하는 예결위원회에서는 취약한 재정자립도에 대한 자주세원 확대방안과 민간예산 및 일회성 행자지원 경비 절감 및 선심성. 모호성 예산절감 등으로 채무관리를 강화해야 하는데도 이런 점에 다소 역부족이었다. 또 민간이전 사업부문에 대해서는 도정 중요정책과 연관성을 중심으로 지원기준과 지원금액 등을 명확히 구분해 축소방안을 찾는 한편 도와 행정시 사이에 예산과목 통일 등 재원배분에 형평성을 이루도록 해야하지만 이런 부분에도 역시 그다지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제주도교육청 예산을 심의하면서 삭감된 28억여원을 의회가 특정 세목에 증액 편성해놓고는 증액 편성 동의권을 가진 교육감이 난색을 표시하자 의회의 요구대로 동의할 것을 강요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줌으로서 결국 교육청이 꼬리를 내린 점에 대해서도 매끄럽지 못한 예산심의 및 운용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불합리한 도정질의= 제주도의원들의 도지사 및 교육감을 상대로 해 5일간 펼친 도정 질의는 도정 각 분야문제를 백화점- 백과사전 식으로 나열함으로서 '집중과 선택'을 가로막았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당면한 도정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도정 우선순위를 제대로 상정하지 못한 채 현안을 보다 심도 있게 터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의원들이 도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도정질의 자리를 자기 PR에 매달려 인기성 발언이나 폭로성 문제에 신경 쓴 탓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질의 현안에 대해 집행부와 진지한 토론이 살아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도의회 도정질문은 의원 1인당 본질문은 20분, 추가질문은 10분 등 의원 1인당 총 30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년에 전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에 나눠 제주도정과 교육행정에 대한 가장 싶도 있는 질의와 답변으로 도민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잘못된 행정의 문제점을 바로 잡아야 할 도정·교육행정질의가 도의원들에게는 '도정연설'자리고, 도지사와 교육감은 '행정의 홍보와 해명'자리로 전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5일과 18일 이틀동안 김태환 지사를 출석시킨 도정질의에는 도의원과 교육의원 등 20명이 질의를 벌였고, 이에 앞서 지난 달에도 19명이 이틀에 걸쳐 도정현안에 대한 질문을 벌였다. 나흘 사이에 전체 41명 중 양대성 의장를 비롯한 2명만을 제외한 39명이 도정질의에 참여했다는 예기다.
이러다 보니 중복질의가 반복되고 있으며, 도지사 역시 뻔히 예측되는 답변과 중복 답변으로 일관해 도정질의 효용성에 의문을 품게되는 상황이다. 교육행정질문도 마찬가지다. 의원끼리 협의를 벌여 중복질의를 걸러내거나 유사한 질의는 통합하는 등으로 도정 질의의 효율성을 높여야 하지만 이런 움직임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도의원 대부분이 자신의 속한 상임위 분야를 떠나 도정 전체 분야에 대한 질의를 하게 돼 질의수준이 극히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미 타 상임위원에서 거론된 문제들이 중복. 삼복 질의로 짜증마저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게다가 인사말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마치 의원 개인이 웅변하듯 PR 장소로 둔갑돼 효율적인 토론문화의 장으로 이끌지 못했다는 중평이다.
국회는 본회의 질의때 총리(장관ㅣ) 대 의원 1대1식의 질의 토론을 벌여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제주도의회도 이런 1대1 식 질의 토론이 벌어져야 보다 깊이있는 질의-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럴 경우 집행부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얻어낼 순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이를 위해선 도의원들이 사전에 철저한 공부와 준비를 해야하는 부담이 있다.
이와 함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은 분리돼 있으나 도의회는 일반의원과 교육의원이 단일화되는 '일반-교육행정 통합'의 중간선에서 나타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반의원과 교육의원 전원이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에 대한 질의를 하는 방식도 재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의장의 쟁점 문제 조정능력 부족= 도의회 의장은 사회나 보고 개·폐회사만 낭독하는 '기능인'에 다름없는가. 과학영농시설 부지 이설문제(한림읍→애월읍)가 의회 행자위에 상정돼 출신 지역 의원은 물론 지역주민간 감정 싸움 양상까지 빚어져 특정지역 이장들이 집단 사퇴하는 등 도민사회를 뜨겁게 달궜으나 정작 농업 전문가 출신 양대성 의장의 조정능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가 농업 전문직 고위 공무원 출신이어서 해박한 농업 및 농업행정 경륜으로 의원간. 지역간 분쟁을 합리적으로 조정함은 물론 대다수 농민들이 이 농업시설 이용 편익(접근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노력이 요구됐다. 하지만 양 의장은 집행부와 적당히 타협, 두루뭉슬 하게 원점으로 회귀토록 함으로서 미봉책으로 그쳤다는 것이 의회 및 도청 안팎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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