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해안 절경" 탄성
‘토끼동네’는 작지만 이름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갯마을이다. 행정구역으로는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해 하동. 천혜의 절경인 용머리 백사장을 가슴에 품은 그림 같은 산방산, 거기에서 푸른 물결 찰랑대는 눈부신 해안선을 따라 오른팔로 싸안듯 송악산과 어깨동무하면 형제섬과 가파도와 함께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가 손에 잡힐 듯 푸른 바다에 떠 있다. 이런 빼어난 풍광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그들의 입에서는 찬탄이 그치지 않는다. 그러기에 2006년 9월9일부터 30일까지 20일간, 화순항을 아우르는 용머리 앞 바다에서는 세계 50여개국 국가 대표 요트선수와 동호인 등 지구촌 정상의 4000여 요터들이 “세계 최고의 해안 절경”이라고 탄성을 지르며 ‘해양스포츠의 꽃’을 피웠던 것이 아니던가. 용머리 해안이 세계 최고의 절경임을 세계가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바다 밭 잃어버린다면 "죽음"
‘토끼동네 사람들’은 조상 대대로 이곳에 터잡고 500여 년을 살아오고 있다. 소라와 전복을 따고 고기를 잡아 아이들을 키우며 학교 뒷바라지를 하고 시집 장가 보내며 오순도순 천년평화를 가꾸는 사람들이다. 청정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해산물은 관광객의 입맛을 돋우는 중요한 소득원이기도 하다. 이 해촌 70여명의 해녀, 60여척 어선의 바다 밭인 용머리 앞 바다는 그래서 ‘토끼동네 사람들’의 생명 줄이나 다름없다. 이들만이 아니다. 용머리 앞 바다와 형제섬, 가파도, 마라도 어장을 공유하는 안덕면 화순리 사람들, 대평리 사람들, 대정읍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 지역 사람들의 생존권이 여기에 매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로부터 아름다운 용머리 해안이나 풍부한 어장의 짙푸른 용머리 앞 바다를 빼앗는다는 것은 이들을 죽이는 일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들의 생존권 박탈은 이 지역사람들에 대한 ‘홀로코스트’나 다름없다. 그런데 이런 섬뜩한 상상이 슬금슬금 현실로 감지되고 있다. ‘경제니 개발이니’ 하며 각종 달콤한 유혹의 휘파람이 들리고 있어서다.
"해군기지 건설 반대" 이유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이야기’가 그것이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 이야기는 비유하자면 ‘토끼동네 사람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유일한 생명줄인 바다 밭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것은 생존권 박탈이다. 어장은 황폐화하고 그래서 여기서 벌어먹지 못한다면 죽은목숨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빼어난 관광자원도 부서지고 망가질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은 물론 인문환경도 오염되고 파괴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마을의 평화마저 깨져 버린다면 어떻게 제대로운 삶을 지탱할 수 있겠는가. 이는 ‘토끼동네 사람들’의 일로만 그치지 않는다. ‘평화의 섬 제주’의 평화를 사랑하는 제주도민에 대한 정신적 선전포고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가 안보’를 내세우는 해군기지 건설 이유에 반론이 거세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지나고 있다. 동서 냉전 체제도 수 십 년 전 일이다. 그런데도 지난 50년 동안 아무렇지도 않다가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할만큼 갑자기 급박한 안보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국가 안보는 어떻게 지켜왔나. 백 번 양보하더라도 군사기지 건설지역이 해 하필이면 정부가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한 제주여야 하는가. 또 전술ㆍ전략적 요충지라 해도 그렇다. 왜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다가 이 평화시대에 갑자기 제주가 전쟁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방어적 기지라 해도) 전쟁의 요충지가 되었는가. 이지스 함 등 20여척의 최신정예 함정이 배치되는 요충지라면 전쟁상황 등 유사시(有事時)제주는 ‘피폭 0순위’가 될 것이 아닌가. 지금은 버튼하나로 가공할 미사일을 부릴 수 있는 전자전(電子戰) 시대가 아닌가. ‘토끼동네 사람들’을 비롯한 해당지역 주민들과 가톨릭 사제단, 개신교 목회자 등 각 종교단체가 반대 성명을 내고 각급 시민단체와 수많은 도민들이 일어서서 “해군기지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말이지 “제주에 군사기지는 아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