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개최도시 선정 관련, 지난 24일 열린 외교통상부의 설명회가 오히려 의구심만 증폭시킨 가운데 부산에 편파적으로 작성된 현장실사보고서가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제주참여환경연대(공동대표 고호성, 이지훈)는 외통부에 정보공개를 요구한 '2005 APEC 정상회의 후보도시 현장실사 결과보고서'를 28일 오전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했다.
APEC 개최도시 선정위원회가 후보도시에 대한 실사를 거쳐 지난 3월에 작성된 이 보고서는 회의시설, 숙박시설, 공항여건 등 평가기준 8항목 전반에 걸쳐 지나칠 정도로 부산에 유리하게 작성된 반면 제주는 모든 면에서 부정적으로 작성됐다.
▲회의시설
실사단은 회의 개최시설인 '제주국제컨벤션센터'를 "주변 자연경관은 돋보이나 다소 규모가 적고 미디어 센터 등은 별도 임시건물을 마련해야 한다" 며 지적한 반면 부산 BEXCO 는 내부구조등에 여유가 있어 충분히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다" 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실 부산 벡스코는 건물 규모만 클 뿐 실제 회의장은 1500평·수용인원 2800명 규모에 불과해 2095평에 43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제주컨벤션센터가 월등히 앞선다.
▲숙박시설
실사단은 정상회의에 필요한 숙박시설을 평가함에 있어 각국의 정상들이 투숙할 스위트룸과 수행원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특급호텔시설이 부산 과 제주가 동일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부산은 중·개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제주는 이미 37개의 숙박시설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같은 평가는 공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공항여건
공항역시 활주로가 훼손돼 있는 김해공항의 문제는 언급하지 않고 "기상악화시 대체 교통편이 없다" 며 엉뚱하게 제주지역의 기상여건만 집중부각해 폄하했다.
▲경호·안전 및 현지 교통여건
앞선 설명회에서도 언급 됐 듯이 "제주는 경호인력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가장 유리한 교통여건은 아예 언급 조차 되지 않았다.
▲종합평가
실사단은 종합평가에서 부산-서울-제주 순으로 보고서를 작성해 이미 부산을 개최도시로 낙점한 실사단의 의중을 나타냈다.
부산에 대한 종합평가는 개최지 선정에 필수조건이 아닌 행사보조요원의 외국어 구사능력과 미관 등 부수적인 것만을 지적한 반면 제주에 대해서는 개최시설의 협소, 운영요원 및 장비의 부족, 교통상의 불편 등 제주를 탈락시키려는 의도를 다분히 드러냈다.
한편 제주참여환경연대는 이에 대해 "외통부의 설명회와 현장실사보고서를 통해 APEC 정상회의 개최도시 선정과정에 많은 의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면서 "조만간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혀 APEC 개최도시 선정과 관련한 이번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