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자원 지하수 '公水'화 뒷걸음질 …도민 우려 팽배
제주도가 한국공항(주)과의 먹는샘물 항소심(2심)에서 패소, 지난 10여년간 추진해온 지하수 관리 정책의 근간인 공수(公水)개념이 사라지는 대신 ‘물의 사유화‘ 현상을 빚을 우려마저 낳고있다. 광주고법 제주부의 판결 핵심은“사기업에는 지하수 생산을 제한하고 공기업에만 이를 허용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행정행위”라는 내용이어서 민간기업들도 앞으로 제주 지하수를 채굴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열어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도가 제주도지방개발공사의 삼다수 생산을 늘리기 위한 지하수 증산 허용을 이달 중순 제주도의회에 요청, 도의회 심의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광주고법 제주부(재판장 정갑주 제주지법원장)는 15일 오후 한국공항이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보존자원(지하수) 도외반출허가처분중 부관취소' 청구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판결을 취소한 뒤 원고(한국공항)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국공항은 먹는샘물을 그룹 한진 계열사만이 아닌 시중에도 제조. 판매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으며, 나아가 다른 기업들도 제주 지하수를 제조, 상품화할 수 있는 토대까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제주도 지하수 관리정책은 근본적으로 재검토돼야 할 상황을 맞게 됐다.
이 소송 관련 1심 재판부는 제주의 지하수는 개인기업의 상품수단이 아닌 '공공의 자원'인 이른바 '공수(公水)개념'을 인정, 제주도의 손을 들어줬다.
제주도는 이같은 법원의 1심 판결만을 믿고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1일 2100t의 지하수를 취수(取水)할 수 있도록 증산을 허용해 줄 것을 의회에 승인 요청해 너무 성급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앞서 제주도 지하수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광역수자원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지하수 취수량을 현재 하루 868t에서 2100t으로 늘리는 것을 심의,의결했다. 이 당시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앞둔 시기여서 이같은 지하수 취수량 확대허용이 판결에 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않았으나 극히 작은 목소리로만 묻혀버렸다.
제주도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같은 판결을 내릴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의회에 지하수 증산을 요청했는데 상황이 이처럼 바뀜에 따라 의회 심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의회가 제주지방개발공사에 증산을 허용할 경우 이는 지하수 증산을 '학수고대'해 온 한국공항에 새로운 빌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즉 의회가 제주지방개발공사의 증산을 허용한다면 한국공항은 "제주지방개발공사에는 지하수 생산량을 늘리면서까지 영업을 허가하면서도 민간기업에는 이를 불허하는 것은 명백한 역차별로, 이는 2심 판결에서 지적한 ‘비례의 원칙‘을 크게 무시하는 행정행위"라는 빌미로 작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15일 오후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도정 질문 답변을 통해 “의회가 지하수 증산에 동의해 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김 지사는 삼다수 증산과 관련, "국내시장에 60만t을 시판할 경우 시장점유율이 40%가 돼 한계에 도달하는 만큼 해외 수출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며 "가까운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와 전세계까지 수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증산책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판결문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거친후 지하수 및 환경 전문가, 변호사 등과 논의해 상고심에 대한 대응 논리를 개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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