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몬태나주 빅스카이를 다녀와서
[나의 생각] 몬태나주 빅스카이를 다녀와서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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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주 빅스카이는 이번에 개최된 한ㆍ미 FTA 5차 협상 장소이다. 몬태나주는 유타주, 콜로라도주 등과 더불어 미국내 지형구분상 산지부(山地部)로 구분되는 고산 산악지대중 하나이다. 몬태나주의 크기는 남한 면적의 3.8배, 인구는 90만명 정도이며, 쇠고기와 밀의 주산지이다. 몬태나라는 말의 뜻은 ‘산이 많은 곳’이라는 스페인 어원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산악 지대를 잘 이용해서 스키리조트 단지를 만든 곳이 빅스카이(Big sky) 이다. 교통도 불편하고 몹시 추운 이곳에서 5차 협상이 열리게 된 이유는 4선의 민주당 상원의원인 맥스 보커스(Max baucos)가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년 1월 1일부터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으로 내정되어 있는 거물정치인이다. 통상협력은 하원에서는 세입 ?세출위원회에서 맡고 상원에서는 재무위원회가 주관하기 때문에 위원장이 미무역대표부 (USTR) 롭 포트만(Rob Portman)대표에게 강력히 요청하여 이루어진 것이다. 이곳을 협상장소로 정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빅스카이를 한국에 홍보하는 한편, 한ㆍ미 협상단에게는 자기 지역구에서의 쇠고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우리 제주에서 애초 협상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겨 달라고 한 것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빅스카이에 김태환 지사가 직접 가겠다고 할 때만 해도 내심 내키지가 않았다. 국제 협상에 도지사가 간들 무슨 효과가 있을 것인가 하는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지사의 뜻이 확고하다 보니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인천에서 미국 LA까지 11시간 그곳에서 덴버시 까지 비행기로 2시간 30분, 덴버에서 보즈만시까지 50인승 소형 비행기로 1시간 30분, 보즈만 공항에서 빅스카이까지 자동차로 2시간이라는 기나긴 여정 끝에 다다른 곳이 해발 2000m의 빅스카이였다. 48시간 동안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데다, 고산지역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피로감이 한꺼번에 밀려왔지만, 앞으로의 일정과 책무감 때문에 일행 모두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도착 다음 날부터 미국측 농업 협상팀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해서 한국측 농업 협상팀과 간담회를 하였다. 12월 5일 오전 8시에는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와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 자리에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TV 방송국 취재 기자와 중앙일간지 기자들로 붐벼 협상장은 꽉 찼다. 김지사는 인사말에서 단호한 목소리로 감귤농업은 제주인의 삶 자체이므로 도민의 삶에 타격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덧붙여 제주 감귤농가들의 절박한 심정을 전하려고 애타는 심정으로 이곳까지 직접 왔다는 말을 함으로써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를 감동시켰으며, 제주감귤의 민감성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말을 이끌어 냈다. 우리나라에는 16개 시겣뎔?있다. 농업이 중요하다고 강조는 하지만 이곳 오지까지 직접 찾아온 시도는 제주도 하나뿐이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맹위를 떨치는 혹한의 빅스카이에서의 김지사의 행색은 허름한 감색 스프링 코트를 걸친 모습이었으나 혼신의 힘으로 제주의 입장을 미국 협상팀에 호소했다. 이 날의 의 김지사는 작은 거인으로 보였다.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확고한 신념과 의지에 감탄하면서 몬태나에 오게 된 것을 잘 한 일이라고 생각을 고쳐 가지게 되었다.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면서 지사에게 “무슨 마음가짐을 갖고 이곳에 왔습니까?”하고 물어 봤더니 “정성을 다함에 열림이 있고 최선을 다함에 길이 있습니다.”라고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말을 뇌리에서 수차례 되새기면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마음으로 빅스카이를 떠나 제주를 향하였다.

강   지   용 (한ㆍ미 FTA감귤특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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