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 문화상 심사위원회가 학술, 예술, 교육, 언론-출판, 체육, 해외동포 등 6개 분야의 올해 제주도문화상 수상 대상자 6명을 선정 발표했다. 이들 수상자들에게는 가족-친지들뿐만 아니라 모든 도민들이 축하를 보내 주어야 마땅하다. 다른 군소상(群小賞)과는 격(格)이 다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제주도문화상은 제주문화 발전에 공로가 현저히 뛰어난 인사들에게 시상하는 도민이 주는 상이다. 원래 제주도문화상 창설 정신이 그러했다. 형식상으로는 제주도지사가 시상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 그 배경에는 도민이 시상하는 상이라는 참 뜻이 깔려 있다. 제주도문화상이 영광스러운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 흔한 군소상(群小賞)들이나 관제상(官製賞)들을 수상하는 경우야 가족-친지들만의 축하로도 족하지만 제주도문화상의 경우는 다르다. 온 도민이 축하해 주어야 하고, 그것은 곧 수상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상’ 자체의 권위를 높혀 주는 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제주도문화상이 근년 들어 도민들에게 허전한 심사(心思)를 심어준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아니, 문화상은 허전함을 넘어 무관심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다. 말하자면 작금년(昨今年)의 제주도문화상은 꼭 ‘불꺼진 화로’ 같기도 하고, ‘마누라 없는 처가(妻家)’ 같기도 하다. 그렇다. 허전함을 대표하는 것 중에 ‘불 없는 화로’, ‘마누라 없는 처가’ 이상의 것이 없다. 제주도문화상이 이렇듯 허전한 상이 돼버린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40여 년 전인 1962년 창설된 이후 문화상은 도민들의 꿈의 표적이었고, 수상자들은 존경받는 대상자들이었다. 도민들의 관심도 대단했다. 누가 수상자가 되느냐에 앞서 누가 수상후보자로 신청할 것인가부터 대단한 관심사였다. 이러한 관심은 수상자가 결정된 후에도 이어졌다. 어떤 수상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에게 상이 돌아갈 수 있느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이것은 결코 그 수상자가 미워서가 아니었다. 문화상을 아낀 나머지 상의 권위가 떨어질까 저어해서였다. 그 반대로 적격자가 수상을 하면 마치 자기가 수상한 것처럼 모두가 기뻐해 주었다. 제주도문화상은 이렇듯 도민들의 관심이 대단했었다. 수상자에 대한 비판도, 찬사도 모두가 문화상의 권위와 발전을 위한 관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관심도, 찬사도, 비판도 희미해지고 있다. 학계, 문화-예술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일반도민들 간에도 문화상에 대한 관심이 별로다. 심지어 언론계까지 관심이 시들해지는 징후를 보이고 있다. 그저 아무나 상을 신청할 수 있고 받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심드렁하게 생각하기에 이른 것 같다. 여기에는 문화상을 운영하는 제주도의 책임이 큰 것 같다. 그 좋은 예가 선거법 위반을 핑계 삼아 상금을 없애버린 것이다. 500만원 상금이 있을 때만 해도 상의 권위에 비해 액수가 적다는 비판을 받아오던 터에 그 적은 상금마저 없애버렸으니 이렇게 문화상을 천대해도 괜찮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이 주는 상이 문화상이라면, 그리고 도지사가 수여하는 상금이 선거법 위반이라면 제주도문화상 위원회 같은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시상하면 될게 아닌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지적이라 해서 선책(善策)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기다렸다는 듯이 상금을 없애버린 것은 존경을 보내야 할 수상자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돈을 중요시해서 하는 얘기가 아니다. 상금은 돈이기 전에 수상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 따라서 상금과 돈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제주도는 별도의 문화상 시상 기구를 만들어 상금까지를 함께 시상할 수 있는 길을 터야한다. 아울러 작금년 2년 동안 상금을 시상하지 못한 수상자들에게도 상금을 소급 지불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도대체가 제주도문화상을 모독해도 유분수(有分數)지, 수상자들에대한 예우 하나 차리지 못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문화상을 오래 오래 이어가겠다는 것인가. 다른 지방 문화상을 예로 들면서 변명하지 말기 바란다. 남이 하면 무조건 따라하겠다는 것은 창의력 있는 자치단체가 할 일이 아니다.
김 경 호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