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11월 중순 한라산등반기회를 가졌다. 영실코스를 거르면서 새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설어린 오백나한을 음미하며 기암괴석과 청홍백의 주변, 천팔백 여종의 식물과 동물의 존재다. 등반길 앞에 닦아온 웅장한 절벽도 벅차다. 1400고지를 넘어서니 숨이 차오르자 쉼터에 앉아 병풍바위를 보니 장관이다. 연봉에 솟은 바위들, 이 모든 것이 한라魂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미지는 ‘한라산과 바다·오름·돌·식물·신’이란 유·무형의 존재가 만든 자연의 힘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이 등산의 난 코스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귀한 보물을 보는 대는 고통이란 대가를 요구하나 보다! 1500여 고지 지점에서 서쪽으로 보면 그 뻗은 지평의 오름의 연봉도 수려하다. 여기서 벗들에게 제주에서 한라산이란 보배를 주신데 감사의 화답을 나눴다. 그런데 변화무쌍한 것은 아래는 좋은 날씨였는데 여기엔 구름이 끼고 찬바람이 새 차다. 기온이 6도 내외가 낮은 다른 세상이다. 구상나무 지대에 들어서자 지평이 이어지면서 숨찬 호흡이 사라진다. ‘살아 백년, 죽어 백년’이란 표 말을 보며 한라 제일의 구상나무의 존재를 재삼 알게 하고 백록담이 나타났다. 제주의 상징이요 에너지원이다. 어느덧 목적지‘위세 오름’ 휴게소에 도착하였다. 매점에서 뜨거운 나면과 찬밥을 말아먹는 맛이 좋다. 다음은 ‘三多와 三無’의 변질이다. 새로운 정리를 해본다. 이런 저런 변화를 재음미하고 새롭게 재창조한다는 생각을 하며 하산을 시작했다. 고 함석헌 선생이 제주에 대한 통찰이다. 제주는 지구풍수의 元氣의 通脈이라고 하였다. 즉 곤륜산(히말라야산)에서 ‘아버지 산’ 백두를 거쳐 태백산맥의 지맥을 이어 제주 의 한라 ‘어머니 산’에 그 맥이 흘러 뭉쳤다는 이야기다. 물고기라면 꼬리날개 부분이다. 몸통-꼬리사이는 제주해협(연육 설 상기)으로 바다로 잠겼다. 그러므로 백두와 한라는 운명적 의미를 가진 공통존재라는 것이다. 고기는 꼬리가 움직여야 전진한다. 한국의 새 역사는 제주란 꼬리에서 출발하는 원동력이라는 말이다. 함 선생은 결코 제주에 편견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에 동의하는 것은 한라산을 알면 알수록 함 선생님의 말씀을 이해가 된다. 필자가 한라산국립공원관리를 하면서 터득한 나름대로의 철학이 가미한 나름대로 인식이다. 한라산은 다른 산과 다른 다양하고 오밀조밀한 소재가 내장되었다. 계곡과 경관, 기암괴석, 기화요초, 용천 등이 그러하다. 어머니 품 같은 인자와 위엄을 갖춘 영산이다. 공원규모는 국유림을 합치면 제주도의 1할이 넘는 규모이나 그 정·물적 영향은 섬 중심에 서서 온 섬에 미친다. 한라의 정기가 바로 서고, 새 출발하는 데 제주의 의미가 존재한다. 지금 제주는 특별도라는 기회와 위기를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잘하면 도약의 기회가 되지만 잘 못하면 어리석은 누를 떠맡을 처지에 있다. 설문대 할머니신과 함께 제주의 혼이 같이한다. 이에 도민적인 결의로 하나가 될 때 가능하다. 한라의 정기가 제주의 혼으로 승화, 도민 화하여 이를 잠재력의 발현으로 꽃을 피우는 결집이 관건이다. 제주도에 한라의 魂과 ‘三多·三無’의 기반이 무너진다는 소리다. 인구조사결과 작년도부터 남자가 1,120명이 더 많아 처음으로 男多의 섬이 되었다. 바람·돌·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의 변화다. 이는 제주역사의 바닥에 깔린 우리 조상의 고난이 풀렸다는 해석도 된다. 남자들이 가족생계를 위해 출륙, 바다와 天災의 극복의 산물이었다.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 없다는 ‘三無’의 傳統은 깨진지 오래다. 도둑은 전국평균을 상회하고, 거지가 없음은 교통 지리적 변하의 산물이다. 대문은 오히려 도시화의 필요로 경쟁적으로 꾸며지고 있다. 정낭이라는 一圓社會에서 농촌문화축소에 의한 도시화 현상이다. 역사는 재창조되고 변하기 마련이다. 정보화 사회를 넘어서 지금은 지식·디지털사회, 세계화란 지구촌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무대에서 살아가는 지혜의 선택은 인간이기에 가능하다. 제주를 제주답게 하는 일익의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귀중한 돌과 희귀식물과 동굴·경관· 문화재 등의 보전이다. 이를 도 전역에서 도채, 밀반출사례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이를 발본색원해야할 행정의 최우선과제다. 유통과정을 추적하는 정보시스템구축으로 효과적 차단과 거도적인 지킴이운동을 전개하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제주의 魂을 도둑질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계 홍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