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사건이 안겨 준 충격은 실로 엄청나다.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한 자체도 문제지만, 언제든지 시험지 유출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사건 발생 후 20일 간의 수사에서 출제, 편집, 인쇄, 제본, 포장, 배송 및 감독 등 시험지 유통 과정에 관여한 86명을 상대로 집중적인 조사를 폈다. 출제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인쇄, 배송 과정은 문제투성이었다.
출제 등 시험지 전담 기관인 제주교육과학연구원은 인쇄작업 감독.관리를 소홀히 했다. 담당공무원을 인쇄소에 입소시키도록 한 특수게약조건 제6조(검수)를 외면했다.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인쇄소에 담당공무원을 입소 또는 상주시키지 않은 것이다. 인쇄 기간 14일 중에 8차레 방문한 것 뿐이다. 그것도 1회에 1시간 정도 체류하는 게 고작이었다.
시험지를 인쇄한 인쇄소도 마찬가지다. 특수계약 조건 제7조의 보안유지 규정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쇄소 내의 보안구역 설정과 보안일지 작성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문제지 배송 작업에도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됐다. 포장된 박스에 보안조치도 하지 않고 운반토록 했다.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시험지를 외부로 유출할 수 있는 상태로 관리했다.
결국 이번 중학교 제학력 시험지 유출사건에는 교육당국의 직무태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찰은 담당자들의 직무유기 부분에 대한 법리 를 검토중이다. 잘못이 있다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
뿐만아니라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된 제학력 평가 시험이 소기의 목적을 당성하지 못했다. 시험지 부정 유출사건으로 제학력 평가 결과를 내신성적에 반영하지 못하게 됐다. 그만큼 학사일정이 차질을 빚게 됐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로 인해 제주도교육청의 신뢰도가 크게 실추됐다는 점이다. 그러잖아도 공교육이 부분적으로 불신을 받고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총체적 시험지 출제관리 부실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교육당국 스스로도 책임의 소재를 밝혀내야 한다. 물을 책임은 분명히 묻고 넘어가야 유사한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만약 이 사건의 후속 조치가 미봉책에 그칠 경우 더 규모화한 제2의 시험지 유출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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