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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피땀 흘려 지었던 농작물을 폐기처분 한다는 것은 농민들 입장에서는 자식을 버리는 일처럼 가슴이 아플 것이다. 최근 양배추와 배추, 무 등 월동 채소가 과잉 생산되면서 값이 폭락하자 도는 예산 38억원을 들여 총재배면적의 20%를 산지 폐기하기로 했다. 생산량을 줄여 적정가를 받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이지만 이는 여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아까운 예산만이 아니라 농민들의 흘린 땀과 인력과 시간이 한꺼번에 갈아엎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잉생산 채소류의 산지 폐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도 무가 과잉 생산되자 도 예산 11억원을 들여 447ha의 무밭을 갈아엎었다. 지난해와 올해만 이처럼 50억원 가까운 예산을 채소류 산지 폐기로 날려버린 셈이다. 이는 정상적인 농업정책일수가 없다. 언제까지 이처럼 도민의 혈세를 쏟아 부어버릴 것인가. 제주농업 정책의 일대혁신이 요구되는 이유다. 근본적으로 농업정책을 다시 짜야 한다. 채소류 과잉생산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도가 감귤의 과잉생산 억제책으로 지난 2001년부터 감귤원 폐원 사업을 펼칠 때부터 우려됐던 일이다. 대체 작목 개발이나 대책도 없이 감귤원을 폐원했다면 폐원된 감귤원에 심을 작목은 뻔한 것이 아닌가. 너도 나도 채소류를 심을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채소류 과잉생산의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다. 하루빨리 대체 작목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것이 제주농업이 살길이다. 이와 함께 기상예보처럼 ‘농업관측 예보제’ 도입 등 제도적 장치가 빨리 마련되어야 한다. 관련 작목의 전국 재배면적과 작황을 조사 분석하고 도내 농산물의 시장 경쟁력을 관측하여 수급조절을 하는 일이다. 산지폐기 예산의 몇 분의 일만 써도 이 같은 농업관측제도가 운영될 수 있다는 것이 농업전문가 그룹의 의견이기도 하다. 도 농정당국이 심각히 고려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