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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의 무책임성과 권위적 행태에 도민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 스스로가 충격적인 의혹만 제기해 놓고 앞장서 진실규명을 포기해 버렸기 때문이다.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한 폭로만 있고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진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는 의정활동이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문대림 의원은 지난 23일 오전 도 공보관실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국제개발센터가 11월15일 3억5천만달러 투자합의 각서(MOA)를 체결한 홍콩 GIL사는 서류로만 존재하는 실체없는 유령회사(페이퍼 컴퍼니)일 가능성이 큰데도 최근 외자유치 실적으로 대대적 홍보를 하고 있는 것은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는 여간 충격적인 일이 아닐수 없다. 제주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사업비 2조원 가량 투입되는 122만평규모의 선도프로젝트인 ‘신화역사공원조성사업’의 일부를 유령회사와 계약을 했다면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주도가 “국제사기에 걸려 든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그러기에 도민적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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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대해 같은 날 오후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홍콩 GIL사는 에너지 사업이 주력인 ‘페트로컴’사가 설립한 특수목적 법인으로 건실한 회사”라고 해명했고 이에 문 의원은 “관련 의혹을 계속 공개하겠다”고 밝혀 이의 진위논란에 불을 지폈다. 이런 가운데 27일에는 포츈지의 ‘존경받는 기업 1위’로 선정된 기업재무분석 전문기관인 미국 D&B 사가 페트로컴사에 대한 기업신뢰도 평가에서 ‘신뢰할만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는 평가서를 공개했다. 이같은 과정에서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관련 사안의 진위여부를 심의하기 위해 28일, 김경택 개발센터이사장을 대신한 김철희 부이사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도의회 행자위 한기환 위원장은 “출석요청한 이사장 대신 부이사장이 출석했으나 증인으로 요청한 인사가 아닌 만큼 부이사장으로부터 답변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아예 말문을 막아 버렸다. 그런데 개발센터 이사장은 사전 일정이 잡힌 ‘외자 상담‘을 이유로 부이사장을 대리출석시키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부이사장은 6개월간의 이사장 직무대리와 문제의 홍콩 GIL사와 투자합의 각서를 체결한 실무최고 책임자로 의회 질의 답변 최적격자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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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의회가 아예 해명이나 답변을 차단해 버린 것은 “무책임한 의혹제기였다”는 사실이 알려질까 봐 이를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또 다른 의혹을 부르고 있다. 의혹을 제기했던 문 의원의 “노파심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이라는 발언은 사실을 부풀려 의혹을 제기했음을 시인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솔직히,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오버’했음을 시인하고 떳떳하게 발언을 취소하여 도민에게 잘못을 사과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도 궁색하게 이를 어물쩍 넘기려는 태도는 도의원 자질에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진실규명에 앞장서야 할 행자위 위원장의 독선적 ‘답변청취거부’는 동료의원의 잘못을 감싸기 위해 의회기능을 유린하는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오죽해야 동료의원들도 나서서 회의 진행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도의회의 진실규명 의지에 의아심을 보냈겠는가. “잘못을 감추려는 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보다 더 질이 나쁘다”는 경구도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도의회 행자위원장 등 관련 의원들은 지금이라도 진솔하게 사실을 밝히고 사과하는 용기를 발휘하기 바란다.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신뢰를 얻기위해서도 그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