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도박이냐 협박이냐"
[김덕남 칼럼] "도박이냐 협박이냐"
  • 제주타임스
  • 승인 2006.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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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한 방에 政局이 요동

노무현 대통령이 또 한 방 터뜨렸다.
‘임기 중도 포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폭탄 발언을 한 것이다. 그래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28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다.
“대통령 인사권에 사사건건 시비가 걸리고 있어서 대통령 권한 행사가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제아래 “다만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가급적 그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지만 만약 당적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임기 중 당적을 포기하는 4번째 대통령이 된다”고 ‘당적 포기’도 시사했다.
말의 행간에는 ‘당적 포기와 임기 도중 하차’ 가능성의 냄새가 짙게 베어 있다.
“국회에서 표결을 거부하고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을 위반하는 불법 행위이고 부당한 횡포”라며 전효숙 헌재소장 후보자 임명 동의안 철회와 관련한 참담한 심경의 표출이겠지만 무지렁이 백성들 사이에서도 대통령의 발언으로서는 적절치 못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라는 싸늘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입에 발린 "대통령 못해 먹겠다"

대통령직을 노리개로 갖고 놀았던 노 대통령의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예 입에 물고 다녔다.
참여정부 출범 3개월도 안 돼 “대통령직 못해먹겠다”(2003.5.21)고 투정인지 모를 엄살을 피운 후 “재신임 묻겠다”(2003.10.10), 불법 대선자금 규모 관련 “정계 은퇴”(2003.12.14), “대연정 하면 대통령 권한 이양”(2005.6.28), “권력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하겠다”(2005.8.25)는 등 이번 말고도 다섯 차례나 이어졌다. 
대통령 발언의 진정성이나 신뢰성에 관계없이 “국민이 만들어 준 대통령직을 걸고 국민과 도박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협박하는 것인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는 국민적 반응은 사회전반에 흐르는 대통령에 대한 냉소가 얼마나 싸늘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발언의 발단이 된 소위 ‘전효숙 신드롬에‘대한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대통령이 빌미를 제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편법 지명, 후보자의 부적절한 처신, 청와대와 정치권의 헌법 무지가 빚어낸 혼란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노대통령은 독선과 오기로 모든 책임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감성적 상황논리’에만 천착(穿鑿)해왔던 것이다.

논란의 불씨만 지핀 有害한 발언

언어 심리학에 ‘언어의 역설적 연상작용’이라는 말이 있다. ‘말의 패러독스’를 말함이다.
가령 어떤 사람이 느닷없이 “나는 대통령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면 이 말을 듣는 대개의 사람들은 ‘이 사람이 대통령을 생각하고 있다”고 연상(생각)한다는 논리다.
따라서 대통령의 ‘임기중도 포기 개연성’ 발언의 속내를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통령도 권력을 함부로 내놓지 않겠지만 대개의 사람들도 “대통령이 임기를 끝까지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대통령의 ‘임기 관련 발언’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설왕설래가 많다.
대통령의 돌출발언(철저히 계산된 의도된 발언이라는 쪽도 있지만)을 놓고 심리학자까지 동원하여 숨은 의도를 찾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탄핵 역풍이 대통령과 여당을 살렸듯이 ‘굴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내 몰리는 기막힌 상황’ 논리로 ‘핍박받는 대통령’ ‘불쌍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동정과 연민의 여론을 조성하여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도박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임기를 보장하는 헌법을 담보로 “해보려면 해 보라”고 국민을 협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거세다.
아무튼 이번 대통령의 ‘임기관련 발언’은 “무책임 무분별의 극치며 국가적 논란의 불씨만 지피는 무익(無益)을 뛰어넘는 유해(有害)한 말장난”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김   덕   남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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